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사장이 낸 문제 틀리면 20분 무릎 꿇려요”…K직장인 버겁다

등록 2023-07-09 12:00수정 2023-07-09 20:25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4년째에도 기막힌 사연
2021년 10월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기념행사에서 직장갑질119 활동가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0월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기념행사에서 직장갑질119 활동가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장이 혀로 입천장 소리를 내면서 개를 부르는 듯한 제스쳐로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 과자를 억지로 입에 직접 넣어주려고 해서 어쩔수 없이 받아먹기도 했습니다. 어깨나 등을 손으로 친다거나 장난으로 ‘죽여버릴까? 죽고 싶어?’ 이런 말을 합니다. 모든 여직원이 보고 들었어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제보받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방에 사례의 하나로 소개한 내용이다. 이 상담방에는 “네가 여기서 학벌이 제일 낮으니 나대지 말라고 합니다”, “사장이 낸 업무 관련 문제를 틀리면 20분간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합니다” 같은 기막힌 사연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16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만 4년이지만, 노동 현장에서 겪는 고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천명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셋에 하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이 가운데 절반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지난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3.3%에 이르렀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9년 6월(44.5%)와 견줘 10%포인트 가량 낮아진 수치이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결과는 2021년 조사 결과(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직장갑질119 쪽은 “연령대별로는 첫 취업 연령대가 높아져 30대 신입 사원이 늘어나면서 30대의 괴롭힘 경험률은 20대(25.5%) 보다는 18.3%포인트, 40대(32.9%)와 견줘도 10%포인트 이상 높았다”며 “그 외에는 직급이 낮고, 근무시간이 길수록 괴롭힘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2.2%)가 가장 높았고, ‘부당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이 뒤를 이었다.

피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중복 응답 가능),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는 답이 65.5%로 가장 높았고, 아예 ‘회사를 그만두었다’(27.9%)는 이들도 많았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는 답은 23.7%에 그쳤다.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신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며 신고를 포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69.5%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22.2%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피해자 열에 하나 꼴로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이같은 심각한 상황에 빠진 이들 가운데 30대(15.2%)가 가장 많았고, 고용형태로는 비정규직(10.9%)이 정규직(8.2%)보다, 비사무직(10.3%)이 사무직(8.4%)보다 더 많았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어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간접고용,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처럼  애초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등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며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형식적인 예방 교육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140억배럴 산유국 ‘헛꿈’…석유·가스 개발 “원점 재검토해야” 1.

140억배럴 산유국 ‘헛꿈’…석유·가스 개발 “원점 재검토해야”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2.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출근길 전국에 눈…영하 15도 강추위, 눈 최대 25cm 오는 곳도 3.

출근길 전국에 눈…영하 15도 강추위, 눈 최대 25cm 오는 곳도

“인원이라는 말 써본 적 없다”는 윤석열, 2주 전 “인원” 발언 4.

“인원이라는 말 써본 적 없다”는 윤석열, 2주 전 “인원” 발언

안희정 쪽 ‘피해자 괴롭히기’ 끝나지 않았다 5.

안희정 쪽 ‘피해자 괴롭히기’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