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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에 ‘불법 구금’ 당한 검찰 직원 “검사 범죄, 공소시효 없애야”

등록 2023-07-06 08:00수정 2023-07-07 20:37

32년 전 불법구금·강압수사 진실규명 받은 전 검찰직원 이치근씨 인터뷰
검사들로부터 불법구금·강압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서 강제사직당하고 구속됐던 이치근씨가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검사들로부터 불법구금·강압수사를 받은 뒤 검찰에서 강제사직당하고 구속됐던 이치근씨가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32년 전 검사들에게 불법구금·강압수사를 당한 뒤 몸담았던 검찰에서 강제사직 당하고 구속된 사건에 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이치근(62)씨를 5일 만났다.

이씨는 “30년 넘게 품었던 한이 이제야 조금은 풀린다”며 말을 꺼내자마자 복받치는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같은 검찰에 의한 인권유린 피해자가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회에 독직폭행 증거조작 무소불위 직권남용 등 범행을 저지른 검사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처벌하는 규정을 국회가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스물여섯이던 1987년 검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서울남부지청 집행과와 서울지검 공안과를 거쳐 서울지검 사건과에서 일하던 1990년과 1991년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렸다. 같은 과 소속 수사관 박아무개씨가 이씨를 속여 위조된 진정서를 상부에 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안과 근무 시절 진정 민원인들이 검사들의 별건 기획수사로 구속되는 일을 자주 지켜봤다”며 “솔직히 내가 당하기 전에는 그냥 이렇게 하는가 보다 생각했었다”고 했다. 현재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이씨는 “이제는 누명을 벗었으니 떳떳하게 고향 순천의 아버님 산소를 찾아볼 수 있겠다”고 웃었다. 그는 곧 법원에 재심도 청구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30년이 지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생각을 했나.

“언젠가 꼭 재심을 청구해 30년 넘은 응어리를 풀고 싶었다. 내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있다 보니 검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은 하기 힘들다. 그러다 지난해에 여러 계기가 있었는데, 법무사로 일하는 박씨 소식을 듣게 된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 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의외로 내가 박씨와 짜고 진정서를 위조해 돈을 먹었다고 생각한다는 걸 느끼고 벼르던 터였다. 박씨 소식을 들은 뒤 사무실로 찾아갔다.”

―박씨는 뭐라고 했나.

“갑자기 찾아가니 깜짝 놀라서 막 떨더라. 네가 공범이 아니라고 분명히 검사한테 말했는데 검찰에서 일하는 자기 동생을 데려와 수갑찬 모습을 보여주고 협박 회유해 가족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본인이 감옥에 가더라도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발언을 녹음하고 지인을 통해 선임한 변호사와 상의해서 본인 확인까지 마친 뒤 재심을 준비했다. 변호사가 바로 재심을 하는 것보다 진실화해위에 사건을 신청해 기초조사를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서 따랐다.”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을 받아 진정서 위조의 누명을 벗은 그는 “우리는 검사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을 받아 진정서 위조의 누명을 벗은 그는 “우리는 검사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가장 견딜 수 없던 순간은 언제였나.

“7일 이상 검사실에 갇혀 있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 담당 검사는 가만히 앉아있고, 옆에 있는 검찰계장이 ‘사표 쓰라’고 계속 강요했다. 사표 안 쓰면 다른 건으로 구속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때 박씨는 조사를 받다 도망간 상태였다. 잠도 잘 수 없었다. 박씨와 대질조사 시켜달라고 했다. 판사한테 가서 이야기할 테니 차라리 영장을 청구하라고 했다. 그때는 검찰 수뇌부의 지시에 따라 사표처리하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결국 내가 굴복해서 사표를 냈는데, 이후 진정서 위조 사건이 언론에 나가니까 다시 날 잡으러 와 구속시킨 거다.”

―왜 1심에서 결국 죄를 인정했나. 항소도 안 했다.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이 면회 와서 그냥 시인하라고 종용했다. 무죄 주장한들 무죄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검사들이 또 항소해서 괴롭힐 것 같아 지긋지긋했다. 법정에서 계속 부인하고 시인하는 게 없으니까 판사가 마지막으로 죄를 시인하냐고 물었다. 그때는 자포자기 상태였다. 판사한테 그냥 ‘인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당시 수사검사들은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불법구금·강압수사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수사검사 2명의 조사를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진행한다고 해 대질조사를 받고 싶어 진실화해위에 찾아가 대기했다. 뭔가 착오가 생겨 무려 7시간이나 기다렸다. 그러나 두 검사 모두 나와의 대질조사를 피했다. 그중 한 명은 나에게 몽둥이를 들고 ‘야 이 개새끼야 빨리 불어’라고 협박했던 인물이다.”(이 부분은 진실화해위에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사실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검사가 범죄의 온상이 되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독직폭행 증거조작 무소불위 직권남용 등 범행을 저지른 검사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처벌하는 규정을 국회가 만들어주길 바란다. 진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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