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또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씨가 자폐 성향이 있다고 분석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사과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3일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해당 장애 당사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자폐’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부터, 어떻게 이를 오해 없이 전달할지 고민이 깊었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이슈를 전함에 있어,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달 17일 방송된 ‘밀실 안의 살인자―정유정은 누구인가’ 편에서 정씨에게 자폐 성향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보냈다. “고등학교 친구들의 증언을 보면 정유정이 가지고 있는 그 성격의 맨 바탕에는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고 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말이 방송됐다. 정씨가 슬리퍼를 신은 것을 두고 “자폐 성향의 사람들이 신체 감각에 되게 예민하다. 타이트한 옷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불편해한다”는 전문의 발언도 전했다.

방송 이후 “학술적 근거 없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달 21일 “당사자와 가족을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 편견을 심각하게 조장할 수 있다”는 성명을 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방송의 목적이 ‘범죄자가 되기 쉬운 자폐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킨 장애 낙인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폐 성향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오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제작진은 사과문에서 “방송에서는 3회(전문가 인터뷰 2회와 내레이션 1회)에 걸쳐 ‘자폐 성향 자체와 범죄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의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사과문에 “안타깝게도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방송 후 여러 매체에서 ‘정유정의 범죄가 자폐 성향 때문’이라는 것처럼 요약 기사를 내기도 했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들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글들이 유포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썼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