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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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또래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씨가 자폐 성향이 있다고 분석한 것을 두고 “학술적 근거 없이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학술 단체에서는 정신장애 관련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분석 등을 통해 정씨의 자폐 성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방송에 나온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증언을 보면 정유정이 가지고 있는 그 성격의 맨 바탕에는 자폐적인 성향이 엿보인다”며 “모든 범행 과정에 슬리퍼만 신고 있다. 자폐 성향의 사람들이 신체 감각에 되게 예민하다. 타이트한 옷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인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가 있다. 이런 것도 자폐적인 특성을 조금 고려할 수 있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심리학과 교수도 방송에서 정씨가 자폐성 장애로 분류되는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과외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하는 글로 쓰는 장면에서는 어색하지 않다. 본인이 원하는 것도 정확하게 물어보고 있었고 둘러댈 줄도 안다. 직접 대면했을 때 사회성이 더 떨어진다면 자폐 특성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정씨의 자폐 성향을 부각했다.
그러나 강력범죄 사건과 특정 정신장애를 연결지으며 피의자의 범행 동기 등을 설명하는 해당 방송을 두고 전문가들은 “학술적 근거 없이 편견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해당) 방송에서 전문가를 인용해 피의자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보인다고 보도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사자와 가족을 대면해 심층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폐 성향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사회적으로 편견을 심각히 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아울러 정신장애와 관련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변호사)도 “증거나 학술적인 근거는 물론 제대로 된 검증이나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편견일 수도 있는 말을 단정적으로 방송에 내보낸 에스비에스가 과연 존경받는 방송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협회는 에스비에스 쪽에 공문을 보내 해당 방송이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했다며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도 해당 방송이 “발달장애인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방송의 목적이 ‘범죄자가 되기 쉬운 자폐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킨 장애 낙인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