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각각 다른 학교에 배정돼야 하지만, 일부 지역은 학교 수가 적어 이런 규정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피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전라남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2학년 ㄱ양은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와 인근 중학교 3학년 선배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ㄱ양을 성매매 남성과 연결해준 뒤 ㄱ양이 성매매로 받은 돈 100만원 등을 빼앗았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ㄱ양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경찰서에 고소장도 제출했다.
전남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가해 학생들에게 각각 전학, 출석정지 3일 등 처분을 내렸다. 가해 학생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영업행위 등)으로 검찰에 넘겨져 지난 4∼5월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중학교를 졸업한 가해 학생들은 현재 전남 지역의 한 공업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엔 공고가 하나뿐이어서, 내년에 공고에 진학하려는 ㄱ양이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전학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는 각각 다른 학교를 배정해야 하고, 피해 학생이 입학할 학교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행령은 공고처럼 학교장이 학생 입학 권한을 갖는 ‘비평준화’ 학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아가 ㄱ양이 사는 지역엔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공고가 유일해, 가해 학생을 피하려면 ㄱ양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ㄱ양 아버지(47)는 “성매매 알선까지 한 가해자들이다. 졸업 뒤 가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같이 다니게 될 처지에 놓였는데, 분리 조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공고가 하나뿐이라 피해·가해 학생 분리에 한계가 있다”며 “지방에는 학교 수 자체가 적어 전학 처분이 내려졌어도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 같은 곳으로 진학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학급 수가 줄면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학교폭력 분리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을 많이 다루는 노윤호 변호사는 “수도권에서도 어떤 지역은 학급이 1개밖에 없어 초등학생인 피해자가 가해자와 6년 내내 한 반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처분이 다 끝났어도 상급 학교 진학 시 피해자 의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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