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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김건희 일가땅’ IC 의혹…교통량 예측 하남시 요구는 묵살

등록 2023-07-03 18:47수정 2023-07-06 13:59

국토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고속국도) 종점을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 땅 근처로 갑작스레 변경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하남시에서도 교통 정체를 이유로 ‘시작점’을 변경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뮬레이션 결과와 주민 반대 서명을 제출한 하남시의 요청은 거부됐고, 종점 변경이 거론조차 된 적 없던 지역의 요구는 받아들여진 셈이다. 국토부가 종점 변경을 건의한 양평군에만 따로 직원을 보낸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계기관 협의 자료를 보면, 경기 하남시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고속도로 시점부를 감일 분기점(JCT)에서 서하남 나들목(IC)으로 변경해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국토부가 관계기관들에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검토 의견을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남시는 현재도 교통량이 많은 오륜사거리 쪽에 고속도로 출입구가 만들어지면, 교통 마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예타안대로 감일 분기점이 만들어지면 2㎞ 구간 안에만 △서하남 분기점 △서남 나들목 △감일 분기점 3곳이 위치하게 돼 차량이 드나들며 교통정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속도로 나들목 간격은 최소 2㎞, 최대 30㎞를 원칙으로 한다는 국토부 지침에도 위배된다.

국토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하남시는 올해 2월 “‘미시적 교통 시뮬레이션’(VISSIM) 분석 시 서하남 나들목 및 인근 교통 소통 마비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와 함께 주민 1만여명의 반대 서명까지 제출했지만,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고속도로 종점을 바꿔달라는 양평군 요구는 단번에 반영됐다. 양평군은 지난해 7월 종점 지역으로 양서면(예타안)·강상면·강하면 등 세가지 대안을 담은 의견서를 국토부에 회신했고, 국토부는 2차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하기도 전인 올해 1월 사실상 강상면 종점안을 확정 지었다.

여당 소속 양평군수가 취임(지난해 7월1일)하자마자 국토부 의견 수렴 요구(13일)→양평군 회신(26일) 순서로 일이 착착 진행된 것이다. 양평군이 국토부에 낸 의견서는 A4용지 한쪽 분량으로, 이 중 강상면 종점안 변경 관련 대목은 300글자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양평군은 종점 변경 사유로 “양평군 남한강 이남, 이북 연결 및 나들목 신설로 통행불편이 해소된다”고 기재했는데, 이는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 정체가 빚어지는 두물머리 일대 교통 정체해소라는 당초 고속도로 건설 취지와 완전히 다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지난해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견 수렴 공문을 보낸 뒤 직원을 양평군에만 직접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이정수 전 양평군 정책비서관은 “온라인으로 받을 수도 있는데 국토부가 직접 양평군을 방문해 공문을 전달한 게 의아하다”고 했다.

국토부 쪽은 “설명을 위해 다른 지자체에도 직원을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하남시는 “국토부 직원이 온 적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여건을 고려해 (종점 변경만) 판단한 것”이라며 “변경안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한 마당에 더 논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형제자매, 장모 최은순씨는 강상면 일대에 축구장 3개 넓이(2만2663㎡)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소유 토지는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부와 불과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국토부는 4일 해명자료를 내어 “서울시가 (시점부를 바꿔달란) 하남시 건의에 반대해, 사업비 과다 등을 고려해 서울시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특정 지자체 의견만 반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국토부 직원이 특정 지자체에만 방문해 (양평 고속도로 관련해) 설명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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