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기로 결정돼 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고속국도) 종점이 지난달 양평군 강상면으로 갑작스레 바뀐 것을 두고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종점을 바꿀 합리적 이유는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김 여사와 형제자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등이 변경된 종점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수천평에 이르는 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혜 의혹이 일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선 변경을 전면 재검토시켰다’고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밝혔다. 원 장관의 이런 반응은 노선 변경이 무리임을 국토부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더욱 필요해졌다.
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2017년부터 국토부가 추진한 것으로,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6.8㎞를 왕복 4차선으로 이을 예정이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어 지난해 3월 타당성 평가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도 이 노선으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는 종점이 강상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변경 과정은 매우 수상쩍다.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달여 뒤인 지난해 7월 하남시와 양평군에 공문을 보내 고속도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하남시는 교통정체 우려, 주변 지역 주민 반대, 나들목 간 최소 간격 지침 위배 등의 이유를 들어 고속도로 시점부를 1㎞ 떨어진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이 건의는 묵살됐다. 반면 종점부를 옮기는 세가지 안을 1장짜리 문서로 7월에 제시한 뒤 올해 1월 강상면 안으로 좁힌 양평군의 의견은 국토부가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업 내용이 달라질 정도로 변경폭이 크고, 도로의 길이도 2.2㎞ 늘어나 사업비 증액이 예상되는 노선 변경이 슬그머니 추진된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끝낸 노선이 바뀐 사례는 국토부에서도 ‘전례를 찾아봐야 알겠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원 장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노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실무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변경 결정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노선 변경이 확정됐다 취소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슬그머니 변경을 추진한 것만으로도 특혜 의혹은 피할 수 없다. 우선은 대충 얼버무릴 생각 말고, 노선 변경 추진 전 과정을 상세히 밝혀 국민의 의심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