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탐험대가 운영하는 타이타닉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타닉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에서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감지됐지만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산소가 이틀치 정도밖에 남지 않아 ‘골든타임’이 임박한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각) <시엔엔>(CNN)은 미국 정부의 내부 정보를 인용해 수색대가 수중에서 30분 간격으로 두드리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수색대는 음파 탐지기를 추가 배치한 4시간 뒤에도 두드리는 소리를 계속 들었다고 한다. 잠수정에 탑승했던 실종자들이 잠수정 벽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다만 수색 당국은 아직 실종된 잠수함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수색 당국이 실종된 타이타닉 관광용 심해 잠수정을 수색하기 전 장비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길어야 이틀치 산소 남아
앞서 해당 잠수정은 지난 18일 오전 물에 들어간 지 약 1시간45분 만에 연락이 끊겼다. 잠수정은 1912년 영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중 빙하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을 보기 위해 항해에 나섰다. 이번이 세번째 항해였던 해당 잠수정은 보통 나흘치 산소를 채워 잠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현재 길어야 이틀치 정도의 산소가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색이 진행되는 가운데 5년 전부터 해당 잠수정에 대한 안전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도 드러났다. 해당 잠수정을 운영하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고위 직원이 지난 2018년 회사와의 소송에서 잠수정을 제대로 시험하지 않은 것이 “탑승객들을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시엔비시>(CNBC)방송은 보도했다.
오션게이트의 해양운영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로크리지는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비파괴검사를 하지 않고 이 잠수정을 (심해로) 내려보낸다는 회사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비파괴검사는 제품을 파괴하지 않고 성능, 상태, 결함 등의 여부를 방사선, 초음파 등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당시 잠수정의 안전과 품질 관리에 대해 회사 경영진에 구두로 우려를 표명했지만 “무시됐다”고 로크리지는 밝혔다고 한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탐험대가 운영하는 타이타닉 관광용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 문제 경고됐는데
비슷한 시기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도 잠수정에 대한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해양학자와 다른 잠수정 기업 임원 등 30여명이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 최고경영자(CEO)에게 지난 2018년 서한을 보내 잠수정에 대해 “재앙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지만 제3자의 검증 절차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의 견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최근 오션게이트 쪽도 기술 결함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션게이트 법률·운영 고문인 데이비드 콘캐넌은 지난해 버지니아주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서면 자료를 통해 “타이타닉으로 가는 첫 잠수에서 이 잠수정에 배터리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실종된 잠수정에는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겸 탐험가 해미시 하딩을 포함해 5명이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딩은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항공업체 액션 에비에이션의 회장으로, 지난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하기도 했다.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최고경영자(CEO), 파키스탄 억만장자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인 다이버도 함께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동안 진행되는 해당 관광상품의 비용은 한명 당 25만달러(3억4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초에 사진에 찍힌 타이타닉의 좌현. 로이터 연합뉴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