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에 운문산반딧불이가 짝짓기를 위한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은 30초 동안 찍은 사진 98장을 겹쳐 놓은 것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전북 익산시 구룡마을 대나무 숲.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곳 숲은 빛의 향연으로 반짝인다. ‘운문산반딧불이’ 수컷이 서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빛으로 ‘모스부호’를 보낸다. 짙은 어둠 속 사랑의 모스부호를 알아챈 암컷도 빛을 내 응답한다. 신호를 확인한 수컷은 암컷을 향해 날갯짓하고, 두 불빛이 만나 반딧불이의 짝짓기는 완성된다.
운문산반딧불이는 1931년 경북 청도군 운문산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6월부터 7월 사이 보름 남짓의 짝짓기 시기에, 한여름 숲속을 빛으로 수놓으며 짝짓기를 한다. 반딧불이는 생의 대부분을 하천 바닥이나 숲속에서 지내다 짝짓기를 위해 일생에 한번 ‘사랑의 비행’을 한다.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죽고, 암컷은 3~4일 뒤 알을 낳고 생을 마무리한다. 새 생명을 위해 반딧불이는 온몸을 밝힌 채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을 하는 것이다.
전북 무주군 무주반딧불이 연구소의 애반딧불이가 빛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하지만 반딧불이의 사랑 비행을 보기란 쉽지 않다. 하천 오염과 시멘트 농수로 설치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 공해로 짝짓기가 어려워지며 반딧불이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8종의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고 있다.
2023년 6월 19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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