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28)의 학교폭력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당시 하나고에선 사소한 말다툼까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을 통해 이 특보가 내놓은 해명이 차례차례 깨지면서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16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2012학년도 이후 하나고 학생 대상 학교폭력 현황’ 자료를 보면, 하나고는 2012년 11월29일부터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제기된 2015년 9월까지 총 6차례 학폭위를 개최했다. 6차례 개최된 학폭위들은 ‘장난감 총 등으로 위협적인 태도를 취함’, ‘감정 섞인 말, 째려보는 것 등으로 정서적 폭력을 당했다고 함’과 같은 일들로 열렸다.
이들 사안은 이 특보가 아들의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이유로 밝힌 것처럼 ‘학폭위 심의 전에 상호 간에 사과와 용서, 화해와 처벌 불원 등이 이뤄진 경우’라 ‘조치 없음’ 처리됐다. 그러나 당사자들 화해로 담임 종결 처리됐다는 이 특보 아들 사례와 달리, 학폭위 자체는 6차례 모두 열린 것이다.
앞서 이 특보는 하나고가 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피해 학생 중 2명에게서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받았으나 학폭위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교폭력 사안대응 기본지침’에 따라 당사자들 간에 화해가 이뤄져 내부 종결됐다며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다른 학생들의 경우 ‘말다툼’만으로도 일단 학폭위가 열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이 특보의 말처럼 담임 종결 사안으로 처리됐다면 당시 지침에 따라 ‘담임종결 사안 확인서’를 작성해야 했지만, 이 역시 작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특보는 아들이 2012년 5월 단대부고로 전학 갈 당시 학교 선도위원회의 결정으로 학기 중 전학 조처가 내려졌다고 했으나,
선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이 특보의 아들은 피해 학생들의 피해 진술에도 불구하고 학폭위도 열리지 않았고, 담임종결 처리도 되지 않았으며, 선도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학을 간 셈이 된 것이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김문수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이정훈 전 하나고 특위원장 등이 13일 국회에서 차기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있는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의 '아들 학폭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 특보의 아들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는 서류에 학교폭력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채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특보의 아들은 단대부고로 전학 간 이후 2014학년도 입시에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수시모집에 추가 합격해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특보 쪽이 명확한 입시 과정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서는 이 특보의 아들이 ‘의대’에 진학했다며 동명이인의 사진이 올라오는 등 애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기도 하다.
장경태 의원은 “이동관 특보의 해명이 또다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특보는 아들만 법을 피해가며 형평성에도 어긋난 조치에 대해 남의 말을 빌릴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공식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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