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의 한 장애학생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뺨을 때린 뒤, 아이가 ‘자해했다’며 사건을 숨긴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단체는 학교가 이 사실을 알고도 학부모에게 늦게 통보하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시민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은평대영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교사의 학대사건이 발생했는데, 학교는 누군가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하기 전까지 이 사실을 밝히거나 부모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해당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체와 학교 쪽 설명을 종합하면, 국어 교과를 담당하는 ㄱ교사는 지난달 9일 저학년 학생의 얼굴 부위를 두 차례 때렸다. 피해 학부모가 아이의 뺨이 부어오른 이유를 묻자, ㄱ교사는 ‘문제 행동이 있어 말리는 도중 스스로 자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장은 학부모에게 상담 내용을 듣고 지난달 11일 해당 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를 개별 면담해 서면 진술서를 요청했고, 같은달 15일 ㄱ교사로부터 ‘학생의 얼굴 부위를 두 차례 때렸다’는 진술을 들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익명의 신고도 들어왔다. 하지만 피해 학부모는 지난달 18일에야 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단체 쪽은 학교가 아동학대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군가의 신고가 지난달 16일 경찰에 접수됐다는 걸 알게 된 뒤에도, (학교는) 즉시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도 않았다”며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여가 흐를 때까지 징계위원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했다.

ㄱ교사가 4년 전에도 장애학생을 폭행했는데 징계를 받은 뒤 학교로 돌아와 부장교사가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체 쪽은 “9년 전에도 이 학교에선 교사가 장애학생 귀를 라이터로 지진 적이 있었다”며 “반복되는 장애아동 학대의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쪽은 ㄱ교사와 특수교육실무사의 증언이 엇갈려 진술서를 먼저 요청한 것이고, 확실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아동학대 신고를 바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이를 때렸다는 진술을 받았던 즉시 신고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학부모가 진상을 제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교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 “초기 대응이 미흡해 사안 처리 시작이 늦어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 분리가 즉각 수행되지 못한 부분에서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은평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한 차례 피해 학생 학부모 조사를 진행했다. ㄱ교사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수집한 뒤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ㄱ교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직무배제됐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