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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언론 억압 ‘만능 칼’로 쓰나…58조 vs 59조

등록 2023-06-07 07:00수정 2023-06-07 08:08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자료를 타인에게 제공한 혐의로 국회의원과 기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경우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이들에게 관리 책임을 지운다. 언론은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다. 언론에 관리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면 취재 보도 과정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언론 면책조항인 ‘58조’가 탄생한 배경이다. ‘취재·보도 등 고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집, 이용하는 개인정보’에 한해 법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정보란 특정한 개인을 직간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다. 주민등록번호 같은 민감 정보 외에도 포털 및 소셜미디어 아이디, 휴대전화 번호 등까지 범위가 넓다.

하지만 면책 조항(58조)에도 불구하고 <문화방송>(MBC) 기자 등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로 입건된 배경에는 ‘59조’가 있다. 59조2호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면책 조항과 처벌 조항이 맞붙어 있는 셈인데, 이 지점에서 해석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5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최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5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최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연합뉴스

경찰은 58조 면책과 59조 처벌의 범위가 다르다고 본다. 58조는 ‘수집·이용’을 면책하고, 59조는 ‘제공’을 처벌한다는 해석이다. 경찰은 한 장관의 인사청문 자료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엠비시 임아무개 기자를 거쳐 열린공감티브이 쪽에 제공된 것으로 본다. ①최 의원→엠비시 기자 ②엠비시 기자→열린공감티브이로 전달된 과정을 59조가 금지한 ‘제공’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런 해석은 58조 제정 취지와 상충할 수 있다. 언론 취재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합법이지만, 언론에 ‘제공’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수용한다면, ‘수집’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59조를 무기 삼아 58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입법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오픈넷’은 성명에서 “장관의 개인정보를 준 사람이나 이 정보를 수령한 사람이나 (다룬 정보가) ‘언론의 취재보도를 위해 수집 이용한 정보’라면 위법행위가 있을 수 없다”며 “59조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58조의 언론의 자유 보호 조항은 모두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개보법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집행돼야 한다”며 “그래서 면책조항인 58조가 있는 것이고, 59조를 해석 적용할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구실 삼아 언론의 권력 견제,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통령실은 이미 지난해 10월 대통령실 소속 직원들의 신상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개보법 위반’이라며 공개 항의한 바 있다. 개보법 위반 혐의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혐의 구성이 간단하고,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처벌 의사 필수)도 아니다. 손쉬운 언론 압박 수단이 될 소지가 있다. 오픈넷은 “(개보법을 무기로 언론을 겨누는 일이 반복될 경우) 언론이 자기검열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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