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 제출 자료를 <열린공감티브이(TV)> 기자에게 건넸다는 이유로 <문화방송>(MBC) 기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의혹을 보도한 기자로 ‘보복 수사’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기자의 고위공직자 검증자료 공유 행위를 문제 삼는 건 ‘과잉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30일 오전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임아무개(42) 엠비시 기자의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자택과 차량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 의안과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한 장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임 기자 등을 거쳐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엠비시 사옥 내 임씨의 소속 부서 사무실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엠비시 쪽 변호사와 함께 임 기자 자리 주변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압수 대상물이 없어서 사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무소속)이 한 장관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을 확보한 뒤, 해당 문건을 자신에게 건넨 서아무개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서씨가 한 장관의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 계약서 등을 보관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미 서씨를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임 기자와 연결고리를 확인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임 기자가 메신저로 열린공감티브이 쪽에 자료를 건넸고, 이 자료가 당시 열린공감티브이 소속이던 서씨에게로 넘어갔다고 본다. 김한규 변호사는 “엠비시 내부에서 자료를 공유했다면 몰라도, 제3의 회사에 공유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회에서 자료를 받을 때까지는 정당한 취재활동이겠지만, 이 자료를 제3자에게 넘길 자유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사청문 자료를 개인정보보호법 보호 대상으로 본 것은 여러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법 위반은 맞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예상하는 위반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 법은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것을 처벌한다. 언론은 개인정보를 토대로 취재를 한다. 언론의 책무”라고 말했다. 김기중 변호사도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관리, 처리하는 자가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법률”이라며 “공직자가 (언론의 검증을 피해) 숨어 있을 권리를 준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열린공감티브이, 더탐사 등의 활동을 정당한 언론활동으로 볼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을 보도해 국민의힘에 의해 윤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언론노조 엠비시본부는 입장문을 내어 “해당 기자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파문 등을 보도해 피고소·피고발인이었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압수수색을 윤석열 정권의 엠비시 탄압 시작으로 판단하고 결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엠비시도 “정권의 핵심 실세가 아니었다면, 공인에 대한 검증 자료 유출 등을 이유로 과연 이 같은 무리수를 동원했을지 의문”이라며 “위협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소명을 묵묵히, 정정당당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가윤
gayoon@hani.co.kr 최성진
csj@hani.co.kr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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