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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쿨존 사고 왜 되풀이 되나요…막을 방법 있잖아요

등록 2023-05-20 19:32수정 2023-06-15 14:28

[더 파이브: The 5] 다른 나라가 사망사고 줄이는 법
지난달 20일 인천광역시 신광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노란색 횡단보도’를 시범운행 중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달 20일 인천광역시 신광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 학교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노란색 횡단보도’를 시범운행 중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은결, 승아, 예서. 올해에만 3명의 어린이가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스쿨존 제한속도를 시속 30㎞를 제한하고 사고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도 3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이제 뭘 더 해야 하는 걸까요? 사회부 김가윤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왜 아이들이 자꾸 희생되는 거죠? 스쿨존 사고를 왜 막지 못하는 건가요?

김가윤 기자: 운전자들이 가장 기본적인 걸 안 지키고 있어요. 난 4월 대전 스쿨존에선 대낮에 승아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은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스가 우회전 정지신호만 제대로 지켰다면 은결이는 집으로 돌아왔겠죠. 지난달 부산 스쿨존 사망사고 땐 내리막길을 굴러내려 온 대형 화물이 예서를 덮쳤는데요. 안전펜스만 제대로 갖춰있었더라도 예서는 살았을 거예요.

운전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21년에 서울 영등포구 도림초등학교 앞에서 사망사고가 있었거든요. 2년 만에 다시 가봤는데 아직도 똑같더라고요. 골목이 너무 좁다는 이유로 스쿨존에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인근 상인들이 안전펜스 설치를 계속 반대하고 있었던 겁니다. 장사를 하려면 가게 앞에 주·정차가 가능해야 한다는 거죠. 또 다른 사망사고 지역인 인천(신호등 미설치)이나, 경기 평택(어린이 보호구역 포장 미비), 경남 창녕(펜스 미설치)에서도 ‘학교·지자체에 예산이 없다’, ‘상인·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더라고요.

[The 2] 사고가 난 뒤에 달라진 곳은 없어요?

김가윤 기자: 지난해 12월 사고가 났었던 서울 강남구 언북초 스쿨존은 4개월 만에 달라져 있었어요. 일단 안전펜스가 생겼습니다. 또 사고 난 길을 일방통행으로 바꿨고, 통행로도 넓혔어요. 그곳주민들 일부도 영등포구와 같은 이유로 안전펜스 설치나 통행로 확장에 반대했었거든요. 그런데 경찰과 구청이 직권으로 결정해 밀어붙였다고 합니다. 적극적인 행정은 이런 때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지난 10일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한 은결이. 연합뉴스
지난 10일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한 은결이. 연합뉴스

[The 3] 가해자를 좀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나요?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자는 법안도 발의되고 있잖아요.

김가윤 기자: 2019년 민식이법이 만들어진 뒤에 사망사고가 줄어들긴 했어요. 코로나19가 유행한 영향도 있겠지만요. 아무래도 처벌이 강화되면 운전자들이 좀 더 조심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사고 책임을 가해자에게만 돌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운전자들이 스쿨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처음에 민식이법이 생길 때도 그랬잖아요. 운전자들이 스쿨존에서 사고를 냈다고 가중처벌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받아들였거든요.

[The 4] 그러면 아이들의 죽음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거죠? 뭐가 가장 시급해요?

김가윤 기자: 민식이법에선 무인단속장치 설치 정도만 의무사항으로 돼 있어요. 안전펜스 같은 안전시설은 권고사항입니다.그러니까 사고가 나더라도 학교, 경찰, 구청도 다들 설치를 미루기만 합니다. 그래서 안전 시설물부터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합니다. 언북초처럼 스쿨존을 일방통행으로 만들고 통행로를 확장하는 것도 사고를 줄일 수 있고요.

[The 5] 다른 나라는 어때요?

김가윤 기자: 미국이나 일본 모두 학교를 중심으로 500m를 스쿨존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300m를 기본으로 한 우리보단 넓은 편이죠. 거기서 그치지 않아요. 미국은 ‘안전한 통학로 프로그램’(Safe Routes To school)을 운영합니다. 스쿨존은 물론 거주지부터 학교까지 등하굣길을 모두 안전하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학교에서 안전한 통학로를 선정해 학생들이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사고 취약지점은 집중 관리합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학교 주변에서 주거지로 확장하고 지속해서 점검합니다.

스웨덴은 한걸음 더 나아갔어요. 어린이 보호구역을 ‘스쿨존’이 아니라 ‘홈존’이라고 부릅니다. 이때 홈은 그냥 가정이 아니라 공동체 공간 전체를 뜻합니다. 홈존에선 차량 통행이 완전히 금지되거든요. 주차장은 자연스레 마을 외부에 설치되고요. 그 결과 14살 이하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인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0.1명입니다. 우리가 0.27명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죠.

▶▶[The 5]에 다 담지 못한 반복되는 스쿨존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대책을 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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