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어린이와 어른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등굣길로 굴러온 화물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1.5톤짜리 선박용 장비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의 아버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심경을 적은 글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에서 글쓴이는 “스쿨존 사고(뉴스)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 수가 있구나 지금도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사고 희생자 A양이라 불리는 우리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며 심경 글을 올린 배경을 밝혔다.
글쓴이는 “사랑 고백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을 곱씹었다. 그는 “갑자기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리면 아이 엄마가 가슴이 터지도록 한참 안아준다. 그 모습을 보며 매일 평범한 일상에 행복했다”며 “다음 달이 우리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제 전해줄 수가 없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사고 당일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던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아이답게 다른 사람 챙기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적었다. 그는 “손에 작은 가시가 박히면 긁어내기 전에 이미 눈물바다인데, 그런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글로 담을 때와 또 다르다”고 했다.
사고 다음 날은 딸의 태권도 심사가 있는 날이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빈소에 관장님이 도복과 품 띠를 가져와서 많이도 울었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강아지가 없으니 집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고 냉장고 소리만 들린다”며 글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아침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오르막 도로에서 지름 1m, 무게 1.5톤짜리 대형 어망실(물고기잡이용 그물에 들어가는 실뭉치) 덩어리가 경사진 비탈길로 굴러가 등굣길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을 덮쳤다. 이 가운데 10살 초등학생 1명이 끝내 숨졌다. 경찰은 공사 현장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안전조처를 제대로 했는지 등 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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