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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작은 쪽지 하나라도…“입양인 뿌리 찾기 위해 기록 공개해야”

등록 2023-05-17 05:00수정 2023-05-17 07:55

조작된 입양⑥
한국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방한한 노르웨이 국회의원 실리에 옘달(가운데)과 만난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관계자들. 왼쪽이 페테르 묄레르 공동설립자 겸 공동대표, 오른쪽이 한분영 공동설립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의 해외입양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월 방한한 노르웨이 국회의원 실리에 옘달(가운데)과 만난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관계자들. 왼쪽이 페테르 묄레르 공동설립자 겸 공동대표, 오른쪽이 한분영 공동설립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국제입양인 중 최연장자 마거릿 콘론은 1965년, 최연소자 미아 리 쇠렌센은 1988년에 입양됐다. 입양 시기와 관계없이 대다수 입양인은 입양기관이 가진 본인들의 개인정보와 기록을 신뢰할 수 없고, 그조차도 제대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납득하지 못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입양 사후 관리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옛 중앙입양원)이 설립돼 입양인의 개인정보 이관 및 공유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입양기관들은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인과 친생부모 등과 관련된 이름과 주소 등 객관적 정보 중심의 51개 항목 정보만 입력하게 돼 있다. 그 외 친생부모 찾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친부모 상담기록과 개인 쪽지, 메모지 등은 공유되지 않고 있다.

입양 전문가들은 “과거에 관례처럼 불법 서류 조작들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 입양기관들이 사과하고 상담기록을 포함한 원본들을 여과 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홀트아동복지회 해외사업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입양기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입양인들에겐 자기의 뿌리와 관련된 아주 작은 쪽지 하나도 소중하다. 심지어 자기를 포기한 엄마의 숨결이 스며 있다며 그 문서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어 할 정도”라고 말했다.

20명의 입양인은 동료 입양인들이 증언하는 납치, 사망 아동 바꿔치기 등 입양 과정의 갖가지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진상이 밝혀지길 원했다.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 공동설립자 한분영(49)씨는 진실화해위원회가 다음 요구를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1. 한국 입양기관에 아동 유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

2. 한국 아동 추방과 관련해 입양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힐 것.

3. 입양기관의 보호를 받던 중 사망한 아기의 수를 공개할 것.

4. 입양 절차 중 위조된 서류를 조직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밝힐 것.

5. 입양기관이 조장한 아동 성폭력 사건과 소아성애자에게 입양아동을 배치한 사실을 조사할 것.

6. 한국 아동의 매매와 인권침해를 중지할 것.

한국에서는 홀트아동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4대 입양기관이 국제입양 상담부터 결연, 사후 관리까지 전담해왔고,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오지 않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입양기관은 사회복지시설 중 유일하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소속 입양인들의 경우엔 모두 홀트아동복지회와 한국사회봉사회를 통해 입양됐다.

홀트아동복지회는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의 주장과 관련해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며, 저희 기관은 진실화해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사회봉사회는 “저희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만 답했다. 최근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한국 입양기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완료했고, 덴마크와 스웨덴은 조사를 진행 중이며, 노르웨이는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통계와 재외동포재단 국외입양인 백서 등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입양된 아동은 16만9630명. 혼혈아동이 주로 보내진 한국전쟁 직후의 비공식 통계를 합하면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입양아동 수는 1985년 928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990년대부터 국제입양아 수는 연 2천명대로 떨어졌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입양의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2012년부터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 시 출생신고와 함께 가정법원 허가를 받도록 해 서류 조작이 힘들어졌다. 또 반드시 국내입양 5개월 추진을 먼저 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상태다. 마지막 통계에 잡힌 2022년 국제입양아는 142명이다. 노혜련 교수는 “한국의 높은 경제 수준과 낮은 출생률, 국내입양 수요를 고려할 때 국제입양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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