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2세대인 디아티케 파노마(왼쪽)와 마이나 귀도가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근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리/이준희 기자
이주민을 위한 스포츠가 자리 잡은 유럽엔 장밋빛 성공사례만 있을까. <한겨레>는 지난 4월29일(한국시각)부터 엿새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이주민 당사자를 만났고, 스포츠 프로그램도 직접 참여했다. 다양한 연구자 의견도 들었다. 이들은 현재 유럽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스포츠만이 가진 가능성을 강조했다.
프랑스 시민단체 ‘카부부’가 운영하는 이주민·난민 대상 요가 수업은 4일 파리 다부키르가에 있는 건물에서 열렸다. 파리시가 지원하는 이 공간은 망명자를 위한 곳이었는데, 카부부는 건물 2층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기자 제외 총 4명. 2명은 프랑스 선주민, 2명은 이주민이었다.
요가를 같이 해보니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 하며 연대감이 생겼다. 처음엔 다소 서먹했지만 안 쓰는 근육을 쓰며 서로 끙끙대는 사이 자연스럽게 경험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됐다. 경계하던 눈빛은 함께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눈을 마주칠 때 웃음과 함께 사라졌다. 비록 2시간이었지만, 수업 뒤에는 오랜 친구처럼 작별 인사를 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었다.
카부부가 제공하는 요가 수업. 카부부 누리집 갈무리
참가자 특성에 맞는 종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카부부가 파리에서 여는 프로그램만 해도 축구, 농구, 조깅, 복싱, 자전거, 요가, 스테퍼, 수영, 춤, 클라이밍, 배구, 신체놀이, 핸드볼 등 13가지였다. 이 가운데 핸드볼, 축구, 요가, 신체놀이는 오로지 여성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한 이유는 프랑스가 겪은 시행착오 덕분이다. 과거 프랑스는 이주민 개개인 특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세속주의를 이유로 종교적 차이를 경시했다. 그러나 스포츠는 출신지, 종교, 성별, 나이, 신체 능력 등에 따라 효과가 제각각이다. 알레산드로 포로베키오 프랑스 오팔 코스트대 조교수는 “문화별로 신체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며 “이주민을 단순히 현지 문화에 ‘통합’하는 대신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시민들이 1일(한국시각)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 등을 즐기고 있다. 파리/이준희 기자
프랑스에서는 최근 극우 세력이 성장하며 이주민 관련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럴수록 스포츠가 가진 포용성과 유용성이 중요해진다. 앵발리드 인근에서 보드를 타던 말리계 디아티케 파노마(21)와 케냐-이탈리아계 마이나 귀도(19)는 “킬리안 음바페가 프랑스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스포츠에 한계도 있지만, 우리는 스포츠를 발판으로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준우승으로 이끈 음바페는 카메룬-알제리계 프랑스 이민자 2세다.
파노마나 귀도 모두 스포츠가 기본권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귀도는 “한국에서 스포츠를 하려면 인생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오로지 즐거워서 스포츠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스포츠는 인권”이라며 “한국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드를 타며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파리/글·사진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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