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망토개코원숭이가 철망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수많은 이들이 동물원을 찾는다. 많은 이들에게 동물원은 유년 시절의 따뜻했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된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가혹한 환경의 체험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소식을 함께 접하게 된다.
인간에게 동물원은 추억의 장소이지만 동물에게 동물원은 ‘감옥’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하는 사례는 흔하다. 한자리를 맴도는 반복 행동, 자신의 털을 뽑는 등의 자기 학대 행위, 종일 누워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은 야생의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낳은 ‘정형 행동’(목적 없는 반복적 이상 행동)이다.
재규어가 좁은 우리 안을 맴돌고 있다. 박종식 기자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원숭이, 돌고래, 늑대 등 여러 종의 동물이 공포 등의 1차적 감정뿐 아니라 애도나 수치심 등의 2차적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마음을 가진’ 동물들에게 동물원은 24시간 관찰당하는 감옥과 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원 폐지만을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동물원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피난처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동물원에서 나고 자라 고향이 돼버린 동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동물원은 총 114곳으로 동물원이 ‘소유’한 동물은 4만8911마리다.
기린이 단체관람 온 아이들의 외침에 눈을 마주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올해 12월부터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다.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원·수족관 외 시설에서 야생동물의 전시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의 동물원은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장소가 아닌 동물과 인간의 상생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로랜드고릴라가 관람객들의 시선에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2023년 5월 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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