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지지자·유튜버 등 몰려 북새통
조사 거부 당하고 도착 30분 만에 떠나
조사 거부 당하고 도착 30분 만에 떠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출입증을 발급을 신청했으나 발급을 거부당해 발길을 돌리고 나와 취재진 앞에 선 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당대표는 조사실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10여분 만에 청사 밖으로 나왔다. 청사 밖에서는 100명 가까운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얽혀 극도로 혼잡한 상황이 벌어졌다. 송 전 대표 발언이 지지자·반대자들의 응원과 질책에 묻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송 전 대표 입장문 및 질의응답 전문을 담는다.
■송영길 전 대표 입장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다시 한 번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논란에 대하여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지난달 22일 파리 기자회견과 24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고 저를 소환해서 수사하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귀국하여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저를 소환하면 자연스럽게 검찰수사에 대해 말할 기회라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귀국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0대 막 결혼하여 갓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신혼부부, 혼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 검찰은 20, 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겠지요.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불러서 별건 수사로 협박하고 윽박질러 진술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수사는 안 됩니다. 인생털이 먼지털이식 별건 수사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인격살인을 하는 잔인한 검찰수사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유출되어 전 언론에 공개되어 매일매일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난발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고 먹칠을 하는 행태는 정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일주일 동안 말할 수 없는 명예훼손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왜 검찰 수사를 하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겠습니까? 특히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에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사건은 당연히 공안부에 배당되어 수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장관의 직접 하명수사를 하는 부서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수사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까지 이 사건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리와 형사소송법상 공판중심주의를 비롯한 모든 원칙을 위반하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권력형 범죄수사를 방해하는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야당이나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검찰이 언론과 유착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국민의 기본권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됩니다.
증거가 안 나오니까 저의 주변을 샅샅이 모두 파헤치는 인생털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이 시작된 주범으로 강래구씨를 지목하고 수사를 했지만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저의 전 보좌관 박용수에 대해서는 소환을 했다가 아직까지 부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8일 이정근씨가 서울중앙지검 부패수사2부와 JTBC를 피의사실유포와 공무상기밀누설죄로 고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일한 수사의 근거였던 이정근씨의 신빙성 없는 녹취록은 증거능력도 부족하고 이후 재판과정에서 이정근씨의 진술번복으로 기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다급해진 검찰은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갑자기 29일 아침 저의 집과 저의 측근들 그리고 먹고사는문제연구소등 6군데를 압수수색 하였습니다. 참고인을 임의동행하여 갖은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안 기우제처럼 뭔가 나올 때까지 수사한다는 마구잡이식 수사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연결될 것입니다. 참고인이나 주변인물의 신상정보가 아무런 통제 없이 언론에 유출되고 수사상 획득한 정보가 바로바로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피의자라 할지라도 출국정보가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되는데 참고인·일반인의 출국정보가 언론에 바로 유출되는 것은 검찰이나 법무부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해당언론에 대해 고발조치를 할 것입니다.
(우리 형법 제126조에서는 피의사실 공표에 관해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정근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과연 이정근 본인과 변호인의 입회 없이 녹취록이 추출되어 언론기관에 유출되었다고 하면 서울중앙지검특수2부와 JTBC는 공무상기밀누설과 피의사실공표죄의 공범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4월12일 압수수색과 동시에 JTBC 녹취록 보도가 될 수 있는가요? 이정근씨의 변호인 정철승 변호사가 서초경찰서에 중앙지검 부패수사2부검사들과 JTBC 관계자들을 고발했습니다. 서초경찰서는 즉각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별건 수사는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9700만원 돈봉투 의혹 사실에 집중하여 규명하되 실제 사실이 부풀려진 것으로 판단되면 중단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10년이상 유지되어온 사단법인이자 기재부 지정기부단체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행위입니다. 회계장부를 압수해갔으니 분석해보면 나오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먹사연 회원이자 고문으로써 회비와 후원금을 내왔지 한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해야지요,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1년동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 3부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올인하였습니다. 그런데 별효과도 없고 윤석열 정권의 대미, 대일 굴욕외교와 경제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2부가 나서서 일부 언론과 야합하여 송영길을 표적 삼아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범죄 혐의 사실이 제1야당의 현대표와 전 대표 관련 사건 말고는 없는 가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권력형 부정부패사건을 담당해야 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야당수사에만 올인해서야 되겠습니까? 해도 해도 너무 하면 안됩니다. 물극필반, 과유불급입니다. 민심이반을 검찰 기획수사로 바꿀 수 없습니다.
저는 당대표도 그만두고 국회의원도 사표내고 다음 총선 불출마선언도 하고 교수가 되어서 파리에서 열심히 연구 강의를 하고 있는데 2년 전 일을 소환하여 서울중앙지검 부패수사2부 7명 모든 검사가 총동원되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 아닌가요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를 보면 무파사가 동생 스카의 억울한 음모로 죽고나서 아들 심바는 쫓겨나게 됩니다. 스카와 하이에나들이 지배하자 밀림은 생기를 잃고 회색빛으로 변했습니다. 윤석열 정권 하의 대한민국이 음울한 검찰공화국으로 변했습니다. 서욱 전 국방부장관,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관련 인사 700여명이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는 일본과 비굴하게 굴종하면서 제1야당 대표는 만나지도 않고 수사대상으로 구속시키려는 정치가 과연 제대로 된 정치인가요?
대한민국의 사상최대 무역적자에 경제, 국방, 외교위기를 맡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한 외교로 한반도는 한미일과 북중러 3각동맹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여 3차대전과 핵전쟁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집권 1년 내내 전 정권과 야당 기획수사만 하다 세월이 가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은 물 건너가고 극단적인 분열과 적대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에서 별건 수사에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 별건 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던 박희태 국회의장 전당대회 금품수수사건처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 국가안보외교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을 짜증나게 질질끌어 총선용 정치수사라는 비난을 받지 말고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로 인하여 심리적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는 저를 도와준분들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번 살다 죽는 목숨입니다. 권불5년입니다. 인생은 새옹지마입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저의 주변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주변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영길 전 대표 질의응답>
기자: 소환 통보 안 했는데 자진 출석한 이유가 무엇인가.
송영길: 검찰에서 소환요구가 없었는데 ‘송영길이 왜 자진출두했나’, ‘정치쇼 아닌가’ 지적 있는 것으로 안다. 국민 여러분, 제가 파리에 놀다 있게 온 게 아니다. 제가 파리에 국가적 약속, 파리에 프랑스에 레종 도뇌르 훈장 2개 받은 유일한 정치인이다. 대사 초청으로 강의실 배정받고 연구실 배정받고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사실상 소환한 거 아닌가, 언론에 노출해서. 그런데 출국금지 시켰다. 그리고 수사도 안한다. 일주일 째 혼자 있는데, 저로서는 무슨 이유인지 어떻게 수사를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파리 경영대학원에서는 언제 오는지 문의가 온다. 내년 6월에는 명예박사 주기로 했는데 이런 걸 협의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 걸 협의하고자 나왔다. 검찰이 하는 이야기는 이중 별건 수사로 본다. 이정근 개인 비리 사건 수사하다가 녹취파일 발견된 게 아닌가. 사건과 관련없는 녹취를 변호사와 본인 입회 없이 누출했다면 위법수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 이것을 기초로 2년 전 전당대회 끝나고, 제가 정치도 안 하는데 절 소환해서 기획수사를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기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의 “송 대표가 직접 처리했다”고 말한 녹취까지 나온 상황에서 몰랐다는 해명을 납득 못하는 사람 많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송영길: 조사를 받았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조사에서 그런 게 안 나온게 아닌가. 녹취록 3만개라는데 일부 내용 추출한 거 아닌가.
기자: 봉투 살포 자체가 없다는 건가, 살포는 했지만 본인은 몰랐다는 건가.
송영길: (전당대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자리다. (당대표는) 30분 단위로 전국 단위로 돌아다닌다. 제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이 소환해 조사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 물을 것이고 기소가 되면 법정에서 다툴 것이다.
기자: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 후원금이 경선 자금으로 쓰인 거라고 의심받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입장은?
송영길: 의혹도 필요 없이 회계장부 분석하면 나올 거 아닌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는 제 씽크탱크다. 국회의원이 전국적 정치를 하고자 하면 씽크탱크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제가 인천 국회의원이(지만)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 강조하고 부산 울산 경남 경제발전을 제시할 수 있었다. 싱크탱크 도움 없이 국가 전체사를 말할 수 있겠나. 지금 기후위기나 원전폐기물, 핵연료 재사용 문제도 연구소 박사들 통해 토론 통해 정책 제안 받고 프랑스에서도 공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철저하게 기획재정 기부금 단체로 지정됐고. 국가 사단법인으로 승인된 공적 조직이다. 여기 회계장부를 압수수색해 갔으니 투명하게 분석해서 관련없음이 드러날 것이다.
기자: 파리에서 회계담당자 박아무개씨 만나서 이번 사건 관련 논의하셨나.
송영길: 이 사건이 (보도) 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 분은 피의자도 아니다. 모 신문에 나왔던 건 권력기관이 언론에 정보를 준 것으로 명백한 범죄행위다. 국민 여러분, 해외에 가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데, 그 정보가 유출되면 이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겠나. 어떻게 사생활 보호하겠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분은 프랑스 한 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단체로 프랑스 여행해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저와 만난 거 뿐인데 무슨 상관이 있겠나. 이 사건 전이란 거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기자: 첫 압수수색 이후 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서 하드디스크 교체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송영길: 그런 문제는 법정과 검찰 수사에서 대응하겠다. 검찰이 수사권이 있다면 우린 방어권이 있다. 대한민국 검찰을 어떻게 믿겠는가. 모든 것은 다 별건 수사,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만든다. 진정한 검찰이라면 별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누구라도 검찰 특수부가 지명해서 당할 수 있다.
기자: 주거지 압수수색 당일 날 현장에 안 나오셨는데 이유가 있나?
송영길: 전 그래도 20년 넘게 정치했지만 추측 기사로 매일 보도 되면 마음이 불편해서 집에 있을 수 없다. 한적한 곳에서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우울증 걸릴 정도다. 여러분 저만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에게 검찰 수사 집중하면. (그래서)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나. 파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검찰이 얼마나 준비가 안됐으면, 이 사실을 유포해서 정상적인 사회 생활한 사람을 파리에서 돌아오게 하겠나. 다 준비해서 불렀으면 됐지 않는가.
기자: 휴대전화는 따로 제출했는가.
송영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압색 뒤 제출했다. 다음날 제출했다.
기자: 검찰이 정식으로 부르면 다시 나올 건가.
송영길: 정식으로 부르면 나갈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