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대위가 27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술에 취한 여성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던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27일 확정됐다. 피해자 쪽은 “사법부가 낮은 감수성으로 판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의식이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준강간미수)로 기소된 20대 남성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ㄱ씨에게 죄가 없다’는 평결을 내려 무죄가 선고됐고, 2심 역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ㄱ씨에게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이날 무죄를 확정했다.
ㄱ씨는 2017년 5월 서울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나 술을 마신 여성을 경기도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여성이 만취해 항거불능인 상태였고 ㄱ씨가 이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보고 준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여성단체 등 166개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선고가 난 뒤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의 무죄 확정판결은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유인, 강간하는 행위도 용인하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기에 절망스럽다”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