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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순간] 기후위기 시대, 보호받지 못하는 숲

등록 2023-04-24 05:00

산불에 타버린 강릉 경포대 송림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소나무숲의 나무 보행로가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소나무숲의 나무 보행로가 불에 타 잔해만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거울처럼 맑아 이름 붙여진 ‘경포’호. 정철의 관동별곡에는 관동팔경의 으뜸으로 경포대를 꼽고 있다. 해 지고 저녁 달빛이 내리면 하늘과 바다, 호수에 뜬 달, 술잔에 비친 달,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까지 다섯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경포호는 동해안 제일의 달맞이 명소다. 또한 강한 해풍으로부터 방풍림 역할을 하는 소나무 숲이 경포대 근처에 펼쳐져 있다. 경포도립공원은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찾는 휴양지며, 산책을 즐기는 강릉 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밑동이 검게 그을린 소나무 앞에 화마를 피한 철쭉이 피어있다. 박종식 기자
밑동이 검게 그을린 소나무 앞에 화마를 피한 철쭉이 피어있다. 박종식 기자
1998년과 2002년 산불 등을 포함해 여러 차례의 동해안 대형 산불에도 커다란 피해 없이 울창함을 자랑했던 저동, 경포동 일대 소나무 숲이 지난 11일 난곡동에서 발생한 불길로 쑥대밭이 됐다. 지난 20일 찾은 경포해수욕장은 산불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나무로 된 보행로는 불에 타 형체만 남아 있었고, 소나무 밑동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이 불탔는데 대부분이 소나무 숲이었다. 전체 피해목 12만8300여그루 중 소나무가 11만6000그루였다.

화재가 발생했던 강릉 경포 저동 마을 들머리에 산불 조심을 알리는 알림판이 서있다. 박종식 기자
화재가 발생했던 강릉 경포 저동 마을 들머리에 산불 조심을 알리는 알림판이 서있다. 박종식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까지 발생한 산불 건수는 441건으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평균 같은 기간 발생한 294건의 1.5배에 이른다. 잦은 산불은 예년에 비해 높아진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원인이다. 올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 높았고, 평균강수량은 85.2㎜로 연평균강수량 120.6㎜에 크게 못 미쳤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기온이 1.5도 오르면 산불기상지수(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가 8.6% 상승한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산불의 이면에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일대 산림과 건물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일대 산림과 건물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박종식 기자
지난해 2월 발표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세계 산불 보고서에선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하며 “각국 정부는 산불 직접 대응에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예산의 3분의 2는 계획과 예방·대비·복구에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대응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산불이 국가적 재앙으로 번지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2023년 4월 24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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