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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인천빌라 줍줍”…전세사기 피해자 두번 울리는 경매꾼

등록 2023-04-21 07:00수정 2023-04-21 17:35

정아무개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아무개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집 천여채가 경매로 넘어가고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빌라왕 매물들이 쏟아지면 호재”라며 경매를 부추기는 일부 업자들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에서 내쫓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경매 중지’를 호소해온 만큼 이익만 추구하는 경매꾼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매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정아무개씨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전세사기 피해로 경매에 넘어간 인천의 ㄱ빌라를 낙찰받았다고 밝혔다. 미추홀구에서 2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전해진 날이다. 정씨가 산 빌라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20세대가 나왔다.

정씨는 지난 11일 ㄱ빌라를 1억1200만원에 낙찰받았고, 이 빌라에 세입자로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8000만원의 보증금 중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만 받고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정씨는 임차인이 퇴거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강제집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에 경매 유예를 요청함에 따라 20일부터 전세사기 물건에 대한 경매가 일시 중지됐지만, 그 전까지는 경매꾼들의 ‘표적’이 돼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말 기준, 미추홀구 전세사기로 피해를 본 2479세대 중 1523세대가 임의경매로 넘어갔고, 87세대가 매각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정아무개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아무개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정씨는 그동안 유튜브 채널과 경매 강의 등을 통해 전세사기 물건에 투자하라고 적극 권유해왔다. 전세사기 물건 특성상 한 건물에 여러개의 매물이 나와 입찰 경쟁률이 떨어지는 데다, 하자 물건으로 낙찰가도 낮아 투자가치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건물이 통째로 전세사기 피해를 본 인천의 ㅅ오피스텔(65세대)이나 ㅎ오피스텔(36세대) 등이 정씨의 영상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매물로 소개됐다. 정씨는 ‘낙찰받을 생각하지 말라’며 피해자들의 전셋집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고 딱지를 보면서도 “저런 메시지에 위축되지 않으려고 한다. 싸게 (낙찰) 받는 것에 집중한다”고 했다.

특히 정씨는 낙찰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물어줘야 할 돈이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전세사기 물건은 낙찰되도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금융기관에 배당이 먼저 이뤄지고, 피해자들에게는 최우선변제금만 돌아가 낙찰자들이 추가로 져야 할 부담이 없다. 실제로 정씨가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에는 정씨의 조언을 듣고, 전세사기 물건을 낙찰받은 수강생들의 사례가 여러개 올라와 있다.

정부의 유예 요청으로 은행권 대출분의 경매는 중단됐지만, 대부업체가 아파트 채권을 가진 경우엔 경매 진행을 막을 수 없다. 대부업체는 정부의 경매 유예 요청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조현기씨는 “대부업체가 정부의 협조요청을 받아들일 리가 있겠나. 정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기저기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썬 피해 당자사들이 전셋집을 ‘셀프 낙찰’ 받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정씨와 같은 경매꾼들이 몰려들면서 피해자가 낙찰받을 확률은 줄고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한국 경매는 부동산 투기 교육장 같다”며 “미추홀구의 사례처럼 세입자가 한푼도 못챙기는 경우 공공이나 비영리조직 등에 우선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해 투기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정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회관계망 서비스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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