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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계기 거쳐 협박…대치동 마약음료, ‘피싱 점조직’과 같았다

등록 2023-04-09 17:01수정 2023-04-10 02:45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 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꾸민 신종 마약 범죄로 드러났다. 총책은 해외에 머물면서 마약 제조와 전달, 시음회 기획, 학부모 협박, 중계기 설치·운영 등은 여러 사람에게 나눠 맡기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했는데, 보이스피싱 범죄 구조와 동일하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20대 ㄱ씨를 총책으로 특정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ㄴ씨 등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에 수사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범행을 기획하고, 마약 제조와 전달, 시음회 기획, 중계기(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장치) 설치·운영, 학부모 협박 등 업무를 서로 알지 못하는 여러 사람에게 맡겨 ‘점조직’ 형태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와 연결고리는 마약 제조책인 20대 길아무개씨다. 경찰은 친구인 ㄱ씨의 부탁을 받고 국내에서 마약을 구입한 뒤 마약음료를 제조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한 혐의로 길씨를 지난 7일 붙잡았다. 길씨는 ㄱ씨에게서 공병과 설문지, 사은품 등을 국제 택배로 받았고, 필로폰과 우유 등을 직접 구입해 강원도 원주 자신의 집에서 마약음료를 만든 뒤 아르바이트생에게 퀵서비스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길씨 역시 보이스피싱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날 붙잡힌 30대 김아무개씨는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이용한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마약음료를 학생들에게 건넨 일당 4명은 모두 검거됐다. 이들은 길씨로부터 마약음료 100병을 받아 18병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고등학생 7명과 학부모 1명 등 모두 8명이다. 고등학생 1명은 마시지 않았지만 협박 전화는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국내에서 필로폰을 구했다는 길씨 진술에 따라 국내 필로폰 판매책으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필로폰 판매자 외에 국내에서 범행에 관여한 사람은 모두 검거했다”며 “중국과 공조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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