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놓인 돼지머리 3개와 돼지 꼬리, 족발 모습. 김규현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에 반대하는 단체가 공사 현장에서 돼지 머리를 전시하거나 돼지고기를 먹는 행사를 한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며 대구시에 재발 방지 조처를 요구했다.
16일 인권위는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건립 중인 이슬람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이용해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부추기는 행위는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라고 밝혔다.
2020년 말부터 대구 북구에서 이슬람사원 건축 공사가 시작되자, 일부 주민들은 공사현장과 무슬림 유학생들의 거주지에 “테러의 온상 이슬람사원 절대 반대” 등의 현수막을 걸고, 이슬람교에서 금기시하는 돼지 머리를 전시하고 돼지고기 음식을 나눠먹는 행사를 열어 논란이 됐다.
송 위원장은 “즉시 멈춰야 할, 우리 사회에서 용인돼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동이다. 정부는 국제인권 규범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이러한 혐오표현에 담긴 불관용과 차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에 대구시와 관할 구청 등 권한 있는 행정기관은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대응과 회복,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정부와 대구시에 조처를 요구했다.
이어 “학교 등 지역사회와 대구시민들은 일상에 스며든 혐오를 경계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표현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경북대에 다니는 무슬림 유학생들은 각자 조금씩 돈을 모아 2020년 12월 사원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이를 안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자 대구 북구청은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건축주와 시민단체 등은 행정명령 철회 소송을 냈고, 1·2심에 이어 지난 9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공사가 재개됐지만 현재까지 사원은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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