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정문.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교수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김길량)는 14일 전직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ㄱ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재판부가 선고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ㄱ씨는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때인 2015∼2017년 외국 학회에 동행한 대학원생을 3차례 추행한 혐의로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2015년 다른 교수 및 대학원생과 연구차 떠난 페루의 버스 안에서 잠든 대학원생의 머리를 만진 것과 2017년 스페인 학회 뒤 술집에서 허벅지를 만지거나 강제로 팔짱을 낀 혐의를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사실 및 이에 대한 피해자의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이를 강제추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 볼 수 없다. (허벅지를 만진 것과 팔짱을 끼게 했다는 혐의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이 사건 직후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에 의해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행위가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추행 행위에 관해서는 피해자가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았던 경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성범죄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비율이 높은데 이는 제도적 결함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기계적으로 유지하면 이 결함에 적절한 개입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분석한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 범죄별 무죄율을 보면 강도(8%), 상해(6.24%)에 비해 성범죄는 21.88%로 3배 가까이 높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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