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이튼’ 신기용 대표(왼쪽부터 시계방향), 가전제품 수리 40년 경력의 기술장인 조재선(63) 엔지니어, 마이스터고를 나와 입사 6년차인 최인성(24) 엔지니어가 23일 오후 서울 성수동 작업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고물가 시대,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6년 ‘고쳐서 오래 쓰고 잘 버리는 지속가능한 가전 라이프’를 위한 사회혁신 기업 ‘인라이튼’이 설립됐다. ‘세상을 밝히겠다’는 뜻인 인라이튼은 지금까지 10만대가 넘는 전자제품을 되살렸다.
고장 나 버려질 뻔한 제품 등을 수리해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끊으려 하는 인라이튼은 판매 뒤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가전 브랜드 ‘뉴트’도 선보였다.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라이튼 공장에서 만난 신기용(36) 대표는 “2021년 전세계적으로 버려진 전자 폐기물은 5740만톤쯤 되는데, 그중 17.4%만 회수되고 나머지는 쓰레기 무역으로 전세계를 돕니다. (2020년 기준) 서울시 전체 가로수 세배 이상인 100만그루의 나무를 심은 일에 해당하는 환경적 가치가 가전제품 수리 작업에 들어 있죠”라고 말했다.
청소기 사용 중 가장 많이 더러워지는 부분인 청소기 헤드는 스팀살균,세척이 필요하다.
뉴트 뉴웨이브 더블유(W)5 무선청소기와 깨끗한 먼지통과 헤드로 교체하는 정기 구독 웰컴케어박스.
“싼 가전은 수리가 잘 들어오지 않아요.” 최근 인라이튼은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와 공식 애프터서비스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프리미엄 가전 수리 전문업체가 됐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신 대표는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가 밝힌 좋은 디자인 십계명 중 하나를 말했다. 바로 ‘지속가능성’. 재활치료용 자전거, 아프리카에 보낼 태양광 램프 등을 학창 시절 디자인했던 그는 제품 하나를 잘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음을 깨달았다. 서비스와 시스템이 결합한 큰 차원의 일을 찾다가 지리산 자락 고향 마을의 전파사가 떠올랐다. “그땐 뭐든 고쳐서 썼죠.”
“좋은 디자인은 나를 넘어 우리, 그리고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디자인”, 거기에 세탁소의 방문 수거 시스템을 덧붙였다. 최근 나온 뉴트의 첫 제품은 무선청소기 ‘뉴웨이브 더블유(W )5’이며, 제품 출시 뒤 먼지통과 헤드를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는 구독서비스 ‘뉴트웰컴케어’도 나왔다. 신청하면 수리 맡길 부품을 보내기에 앞서 깨끗한 먼지통과 헤드가 고객 집 문 앞으로 온다. 오염된 먼지통과 헤드를 웰컴케어박스에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수거해 가는 방식이다. 공장으로 들어온 먼지통과 헤드는 새것처럼 깨끗이 청소하고 구독 신청이 들어오면 다시 쓰는 순환구조로 버리는 것까지 책임진다. 또한, 사용자가 직접 고장 난 가전제품을 수리해볼 수 있는 ‘리페어카페’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코로나19로 멈춘 행사를 2022년 연말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재개하기도 했다.
“버려진 제품이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으로 들어오면 훨씬 친환경적이다”라고 신 대표는 말했다.
2023년 2월 27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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