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를 치여 숨지게 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동작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보행자가 우회전하던 버스에, 지난 10일에는 서울 광진구에서도 마찬가지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보행자가 우회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실제 지난해 7월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의무’를 담은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뒤, 관련 사고 사망자가 약 20% 줄었지만, 교통사고 건수의 변화는 미미해 운전자가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청이 밝힌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우회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7월12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는 8684건이다. 이 가운데 54명이 사고로 숨졌다. 전년도 같은 기간엔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8601건, 69명이었다. 1년새 사고 건수는 1%(83건) 늘었지만, 사망자 수는 21.7%(15명) 줄어든 셈이다.
최근 도로교통법 및 시행규칙 개정 등은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안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뿐만이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도 차량이 일시정지하도록 했다. 6개월 뒤인 지난달 22일엔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시행됐다. 교차로의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일 경우, 운전자는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하도록 한 것이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라면, 차량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이 부과된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계도 기간이 끝나고 단속을 시작하자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는 운전자 비율이 높아졌다. 이번에도 3개월의 계도 기간이 끝나고 단속을 시작하면 직접적으로 (우회전 교통사고·사망자 감소)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