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수사기관을 불러 그 필요성을 따져보는 등 영장 발부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판사가 서류만 보고 영장을 내주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수사기관과 대면 심문을 통해 의문점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검찰에서는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쟁점이 까다로운 사건 등에서 판사가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검사나 제보자를 불러 직접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기관이 수사기록과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소명한 서류를 법원에 내면 판사가 이를 읽어본 뒤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커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류나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이 주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서버,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내밀한 개인 정보를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을 서면만 보고 판단하다 보니 심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한 형사부 판사는 “압수수색은 당사자에게 주는 충격이 매우 큰 일임에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판사가 서면만 보고 영장을 발부했던 게 사실이다. 대면 심리는 서면만 봤을 때 의문이 생기는 부분을 수사기관을 불러서 확인해보겠다는 것”이라며 “방향은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소송규칙은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의문이 있는 경우 검사나 연방수사관을 출석하게 해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범죄수사의 초기 착수 단계에서 청구되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이 공개되고 사건관계인들에 대해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돼 엄정한 범죄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입장문을 냈다.
대검 관계자는 “신설 조항에서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의 범위가 불명확하다. 법원이 피의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그 경우 압수수색이 언제 이뤄지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가 누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정보력이 강한) 전관 등 유력 변호사가 맡는 기업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관련해 피의자가 압수수색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면 심리 대상은 수사기관이나 제보자가 될 예정이고, 대면 심리가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거라 수사 밀행성 확보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개정안에 대해 오는 3월14일까지 의견수렴을 받는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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