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0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소환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도 조만간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방탄국회’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4~18년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이 보유한 부지의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을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에프시에 후원금 등 명목으로 160억원을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후원금과 용도변경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을 낸 기업들을 수차례 압수수색해 성남시에 보낸 민원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압수물 등을 통해 후원금의 대가관계가 입증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 대표 쪽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계약에 따른 광고비이며 대가관계는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이 대표는 이날 출석에 앞서 입장을 내어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에프시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계약을 서로 엮어서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성남지청이 조만간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남에프시 사건은 구조가 단순하고, 유죄를 인정한 관련 판례도 많아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3자 뇌물 액수가 크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다. 다만 변수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 때처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3자 뇌물 혐의로는 불구속 기소하고, 본류 사건인 대장동 사건을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성남지청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장동 사건으로 이 대표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에프시 의혹과 대장동 의혹은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팀이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복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방탄국회’ 논란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불법정치자금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의 구속영장과 공소장 등에 이 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짐작케 하는 ‘정치적 동지’ 등 관계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 바 있다. 측근 두 사람이 성남시장 선거 등을 앞두고 받았다는 정치자금과 대장동 일당에게 이익을 몰아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이 시장을 공범으로 의율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한 검찰 간부는 “대장동 사건 수사는 김만배씨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이 대표가 연루된 배임 의혹 등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검찰이 김씨 쪽 혐의부터 차근차근 조사하고, 이 대표는 가장 마지막에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성남에프시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성남지청이 소환 조사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가장 크긴 하다”면서도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검찰청 차원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 신병 확보 방향을 결정하지 않겠나” 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