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특수경비직을 채용할 때 정신질환자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시행령과 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지난 3일 경찰청장에게 “특수경비직 채용 및 배치 시 정신질환자나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고, 정신질환자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경비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5일 밝혔다.
진정인 ㄱ씨는 조울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만, 일상생활과 직업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며 지난 2021년 7월 경비업 전문업체의 특수경비원 모집에 면접시험을 통과했다. 특수경비원은 공항·항만·원자력발전소 등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와 도난·화재 그 밖의 위험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며, 일반경비원과 달리 권총‧소총 등 무기를 휴대하고 일한다.
이 때문에 현행 경비업법은 특수경비원을 채용할 경우 관할 경찰서에 채용 대상자의 자격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ㄱ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진단서를 받아 제출했지만, 업체는 경찰 심사 결과 특수경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ㄱ씨를 채용하지 않았다. ㄱ씨는 “면접시험을 통과하고 신입교육 안내까지 받았으나,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이 취소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 진정을 기각했다. 경비업체가 자의적으로 ㄱ씨를 채용에서 배제한 것이 아니라 경찰서로부터 사유를 통보받았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현행 경비업법은(10조2항) 특수경비원의 결격 사유를 “심신상실자, 알코올 중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자”로 본다. 경비업법 시행령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자’를 “정신질환이나 정신 발육지연, 뇌전증 등이 있는 사람. 다만, 해당 분야 전문의가 특수경비원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 법령이 “정신질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정신질환자 또는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위험자’ 또는 ‘업무처리 능력이 없는 자’로 전제하는 것”이라고 봤다. 위원회는 해당 법령이 “헌법 11조와 15조가 각각 규정하는 ‘법 앞의 평등’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경찰청장에게 “경비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정비하고, 실효성 있는 자격획득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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