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 9월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관련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 몸통’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두 번째 탈주가 실패로 돌아갔다. 결심 공판이 열리는 날 전자팔찌를 끊고 도망간 지 48일 만에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 검거되면서다. 검거 당시 잠옷을 입은 채 티브이(TV)를 보고 있던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베란다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29일 저녁 허정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언론 브리핑을 열고 “오후 3시57분 화성시 소재 아파트에서 은신하던 라임 사건 주범 김봉현을 검거해 서울남부구치소로 방금 신병 인계해 수감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수사관들은 소방의 도움을 받아 김 전 회장이 몸을 숨긴 화성 동탄의 아파트 9층 현관문을 개방해 들어갔다. 홀로 수면바지를 입고 티브이를 보고 있던 김 전 회장은 검찰이 들이닥치자 베란다 창틀을 타고 넘어가려는 등 탈출을 시도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은신처를 알아낸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기법과 연관돼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50차례가 넘는 압수수색 영장집행과 100명 이상의 휴대전화 통신 분석, 철야 잠복과 현장 탐문 수사 등을 병행해 김 전 회장의 은신처를 알아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은신처에 가기까지의 동선과 아파트 명의자, 추가 조력자의 여부, 압수품 여부 등에 대해선 향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1일 오후 1시30분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위치 추적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결심 공판을 1시간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회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도주 전날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결정을 미루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한 뒤에야 보석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김 전 회장의 도주 기간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조카 김아무개(33)씨를 비롯해 연예기획사 관계자 ㄱ씨와 김 전 회장 누나 연인 ㄴ씨 등 도주 조력자를 연이어 구속 기소했다. 조카 김씨는 김 전 회장과 도주 계획을 공유하고 팔당대교 부근까지 차량에 태워 전자장치를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의 도주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에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다가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5개월만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붙잡혔다. 김 전 회장의 결심 공판은 세 차례 미뤄져 내년 1월12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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