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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동훈, 노웅래 증거 공개 “당연한 임무”?…이전 장관들과 달랐다 [팩트체크]

등록 2022-12-29 10:00수정 2022-12-29 15:58

[팩트체크]
18대 국회 이후 체포동의 대상 의원 13명
당시 법무부장관 7명 발언과 비교해 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장관이 특유의 말투로 “돈봉투 부스럭 거리는 소리”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 등 매우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이에 대한 본인의 주관적 판단까지 언급하며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 사안에서는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파일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청탁을 주고 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 라고 말하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녹음되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를 직접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는 사건을 저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밖에도 귀하게 쓸게요. 고맙습니다, 공감정치로 보답하렵니다라고 돈을 줘서 고맙다고 하는 노웅래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저번에 도와주셔서 잘 저거를 했는데 또 도와주느냐라는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가 녹음된 전화통화 녹음파일도 있고, 청탁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웅래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청탁받는 내용이 적힌 노웅래 의원의 자필 메모와 위원실 보좌진의 업무수첩도 있으며 청탁을 이행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의 국정의정시스템을 이용해서 청탁내용을 질의하고 회신하는 내역까지 있습니다.”

노웅래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 장관이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검찰 수사팀이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수사 내용을 상당부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한 장관은 “의원들이 체포동의안 내용을 못 봐서 그런 것 같은데, 체포동의안 내용에 들어 있는 구속영장 사유에 그 내용이 대부분 기재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무부도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표결의 근거자료로서 범죄혐의와 증거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국회법 제93조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했다.

국회법 제93조는 ‘본회의는 안건을 심의할 때 그 안건을 심사한 위원장의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다만,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해서는 제안자가 그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체포동의안은 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이기 때문에 ‘제안자’인 정부 쪽 법무부 장관이 그 ‘취지’를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맞다. 다만 과거 법무부 장관들은 ‘취지 설명’이라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대략적인 범죄 혐의를 짧고 굵게 정리해 말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열리는 비공개 법정에서나 꺼낼 구속이 필요한 사유를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한 전례는 없다.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철저히 비공개하는 부분이어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때도 취재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최근 전 정권 수사에 집중하는 서울중앙지검도 “영장 청구 사유에 대해 세세하게 말하는 것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어 적절치 않다”며 일반적 상황만 간략하게 언급하는데 그친다.

2008년 18대 국회부터 살펴보면, 이번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포함해 모두 13건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장에 올라왔다.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당시 법무부 장관들의 발언은 정권과 여야에 관계 없이 한 장관의 이번 발언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9월2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야당인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가결)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본회의장에서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입니다. 정부를 대표하여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1년 9월13일 정찬민 의원에 대하여 용인시장 재직 중 주택개발사업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인시 소재의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삼자로 하여금 매수하게 하는 등 합계 4억62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수원지방검찰청은 9월16일 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며, 같은 날 수원지방법원 판사 이기리는 정찬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배포해 드린 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지난해 4월21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가결) 당시에도 이와 비슷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입니다. 정부를 대표하여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전주지방검찰청은 2021년 4월9일 이상직 의원에 대하여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에 재산적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취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및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같은 날 전주지방법원 판사 정우석은 이상직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배포해 드린 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29일 정정순 민주당 의원(가결) 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입니다. 지금부터 정부를 대표하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정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정정순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위반한 기부행위, 정치자금법에 위반한 정치자금 수수 및 회계보고서 제출,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한 선거구민 전화번호 수집 등의 혐의로 현재 청주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습니다. 이에 청주지방검찰청에서는 2020년 9월28일 정정순 의원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청구하였고, 같은 날 청주지방법원 판사 신우정이 체포동의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기에 정부는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정정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5월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모두 부결)의 체포동의를 요청할 때는 뇌물수수 시기와 액수 등 혐의를 설명한 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혐의가 입증된다’는 취지의 간단한 설명만 덧붙인다.

“(전략) 홍문종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여자들은 홍문종 의원에게 청탁 대가로 금품을 교부한 사실에 관하여 일관되고도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으며, 경민대학교 관계자들의 진술과 학교법인 이사회의 회의록 및 계좌추적 결과 등 그 밖의 여러 가지 인적·물적 증거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이 사건 범죄혐의는 입증된다고 할 것입니다.(후략)”

“(전략) 염동열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강원랜드 직원 등 관련자들이 범죄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강원랜드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작성했던 관련 명단 등 객관적인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이 사건 범죄혐의는 입증된다고 하겠습니다.(후략)”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13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박기춘 의원(가결)의 체포동의를 요청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시기와 액수 등과 함께 금품을 옮기는 시시티브이(CCTV) 영상이 있다는 사실만 짧게 언급한다.

“(전략) 검찰에서 이와 같이 금품을 수수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자 전 경기도의회 의원을 시켜 자신이 받아 집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과 시계 등을 분양대행업체 대표의 집 등지로 옮겨 두게 함으로써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에 관하여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습니다. (중략)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공여자는 박기춘 의원에게 금품을 교부한 사실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고,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박기춘 의원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옮기고 보관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박기춘 의원의 집에서부터 분양대행업체 대표의 집으로 물건이 옮겨지는 과정이 녹화된 CCTV 영상과 압수된 현금 1억9530만원, 명품시계 등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충분히 입증됩니다. (후략)”

2014년 9월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부결)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할 때도, 송 의원의 혐의 부인에 대해 “금품을 줬다는 일관되고 구체적 진술과 여러 물적 증거가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한다.

“(전략) 송광호 의원은 AVT의 대표를 몇 차례 만난 사실은 있으나 금품을 수수한 기억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여자는 송광호 의원에게 금품을 교부한 사실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으며 공여자에게 송광호 의원을 소개하였던 참고인 등의 진술과 그 밖에 여러 인적·물적 증거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생각됩니다. (후략)”

2013년 9월4일 박근혜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의 이석기 의원(가결)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는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작성한 ‘범죄사실’과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 A4 용지 82쪽 분량의 자료가 첨부돼 논란이 됐다. 자연스럽게 공개해 ‘여론재판’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황교안 장관은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할 때는 다소 길기는 하지만 주요 혐의 내용과 내란죄 법리 등을 중심으로만 말했다. ‘이석기 5월 녹취록’ 등 핵심 증거물 내용에 대해서는 “2013년 5월경 조직원들에게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하여 물리적, 기술적 준비를 해야한다고 선동하고 주요 기간시설 타격 등 폭동을 일으키는 방안을 강구하여 내란을 음모하였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이미 주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탓도 있지만, 굳이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를 다시 언급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9월6일에는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현영희 의원(가결) 체포동의안, 2012년 7월11일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부결)과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한 박주선 의원(가결)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다. 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도 일반적 혐의 사실을 나열하는데 그쳤다. 18대 국회 첫 체포동의안 표결이었던 2010년 9월2일 강성종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가결) 요청 때도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범죄 시기와 액수, 죄명만 짧게 설명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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