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장연의 249일차 출근길 선전전이 열리기 전, 다른 장애인 단체 회원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막아세우며 시위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제공
15일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역 출근길 시위는 무정차 통과없이 이뤄졌지만, 다른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반대로 마찰이 빚어졌다. 전장연은 이런 갈등을 “무정차 방침이 갖고 온 결과”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출근길 선전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아침 8시 전장연 회원들은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모여 249일차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연대’라는 이름을 내건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지하철 탑승구로 내려가려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의 승강장 탑승을 막으면서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
이들은 전장연 회원들이 삼각지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곳에 모여 “지하철 시위는 전체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뿐”이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고, 박 대표가 도착하자 “시위를 하지 말라”며 길을 막아섰다. 이 단체 회원과 언쟁을 벌인 박 대표는 발길을 돌려 신용산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했다.
결국 삼각지역에 미리 와 있던 전장연 회원 4명이 아침 8시50분께 먼저 지하철 탑승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박 대표를 막았던 이들이 뒤에 있던 전장연 회원 두 명의 탑승을 막아 소란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서울역에서 박 대표를 만난 회원들이 사당역을 통과한 뒤 다시 삼각지역으로 돌아올 때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시위는 열차 지연 없이 이뤄졌다.
전장연의 선전전을 막으려 했던 장애인 단체 한 회원은 “애써 끌어올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전장연 때문에 순식간에 변했다”며 “탈시설 예산을 받으면 이는 전장연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전장연 시위를 불법이라 규정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박 대표와 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탈시설 예산을 늘리면 이를 집행하는 시민·사회 단체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전장연은 서비스 중개 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탈시설로 인해 직접 수익을 얻을 수 없어 사실과 다르다.
박 대표는 다른 장애인 단체와의 갈등에 대해 “또 다시 장애인이 (출근길 시위를) 막는 현실을 보며 서울시의 무정차 대책이 갖고 오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장애인끼리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 서울시장과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전장연이 주장해 온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여부가 결정되지만, 전장연은 결과와 관계없이 무정차 방침 등을 정한 서울시청을 향해 출근길 선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협의를 통해 반입해 온 사다리조차 막아세우며 갈라치기하는 방식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이라며 “지하철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사망한 사건들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을 어겼던 서울시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 전날(14일) 열차내 사다리를 반입하려는 전장연 회원들의 행위를 서울교통공사가 금지하면서 열차가 7분30초가량 지연되자 삼각지역 무정차를 결정한 바 있다.
전장연은 16일 삼각지역에서 시청역으로 이동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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