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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파 닥친 출근길, 지하철 무정차에 “장애인-시민 싸움 붙이냐”

등록 2022-12-14 14:55수정 2022-12-14 19:10

열차 한대 보내고 8시52분부터 정상운행
14일 전장연 회원들이 248일차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당고개행 4호선 열차를 삼각지역에서 한차례 무정차했다. 전장연 제공
14일 전장연 회원들이 248일차 출근길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당고개행 4호선 열차를 삼각지역에서 한차례 무정차했다. 전장연 제공

14일 아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막는 열차 무정차 통과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한 차례 이뤄졌다. 체감기온 영하 20도에 이르며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출근길에 시민들은 무정차로 버스에 몸을 실어야했다. 본보기성 무정차가 교통약자인 장애인과 출근길 시민들간 싸움을 부추긴다는 한편, ‘시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무정차가 또 다른 불편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아침 8시50분께 4호선 당고개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삼각지역에서 무정차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침 8시44분께 삼각지역에서 시위를 하던 전장연 회원들이 지하철 출입문 사이 휠체어를 놓고 문이 닫히지 않게 하고, 사다리를 들고오는 등 열차 지연 행위를 했다”고 무정차 결정 이유를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아침 8시부터 248일차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해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 15명과 활동가 약 20명은 삼각지역 1-1번과 2-1번 출입구에서 조를 나눠 지하철에 탑승하기로 했다. 휠체어를 탄 회원 7명이 선발대로 먼저 타기로 했지만, 공사 직원들이 전장연의 사다리 반입을 막자 회원들이 출입문에 휠체어를 세운 채 저항하면서 열차 운행은 약 7분 지연됐다.

이를 이유로 무정차를 결정한 서울교통공사는 4호선 신용산역에서 숙대입구 방면으로 오고 있는 열차 한 대를 삼각지역에서 무정차 통과시킨 뒤 다음 열차부터 정상 운행했다. 남은 회원 8명은 삼각지역에서 무정차한 열차를 한 대 보낸 뒤 다음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공사는 시민들에게 공식 앱 ‘또타지하철’ 등을 통해 “전장연의 열차운행 방해 불법 시위로 당고개 방면 열차는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며 무정차 결정 및 공사가 사전에 준비한 대체 교통수단(셔틀버스) 이용 방법도 공지했다. 공사는 무정차 통과를 대비해 사전에 준비한 42인승·16인승 셔틀버스를 각각 신용산역과 숙대입구역에 배치해 삼각지역이 목적지이거나 그곳에서 내리지 못한 시민들을 태웠다.

온라인 상에서는 무정차 통과가 시민 불편은 물론 전장연 활동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무정차 운행은 재해나 사고 위험 등이 우려될 때나 하는 것이지 교통약자 시민들과 기싸움하고, 일반 시민 불편을 야기해 싸움 붙이는 무기로 쓰는 용도가 아니다”라고 썼다. 전장연 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한 또 다른 이용자조차 “엄연한 불법 행위가 맞지만, 불법시위를 하지 않는 일반 장애인분들과 비장애인분들이 열차 무정차 통과로 이용에 불편을 겪어야 하는데 이 대안(무정차)이 과연 옳은 대안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트위터에 “무정차 통과는 장애인 시위 탄압할 때가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 때 했어야 합니다. 시위하는 장애인도 서울교통공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시위에서 무정차 상황을 겪은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한겨레>에 “무정차 결정 자체가 매우 무책임하고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하는 형태다. 시민들에겐 듣기 민망할 정도의 인간적 모욕도 들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 법과 원칙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서 기본권 보장이 안 되는 약자들에겐 칼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1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권리예산도 2023년 예산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며 또 한번 출근길 선전전을 할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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