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 삼거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차별버스 운행방해, 전장연 박경석 대표 1심 재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지영 기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퇴근길 버스운행을 방해하는 시위를 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전장연은 즉시 항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경석 대표는 18일 1심 선고가 끝난 뒤 <한겨레>에 “15분 버스를 막은 것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는가”라며 즉시 항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판부가 ‘지하철 시위’도 언급했는데 이번 재판은 ‘버스 시위’에 관한 것이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는 다른 별개의 사건이다. 아직 기소도 안된 사안을 가지고 이번 판결 근거로 언급했는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열린 재판에서 박 대표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박 대표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4월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신고없이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집회를 열고, 쇠사슬로 회원들과 몸을 연결해 묶은 채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집회가 열릴 당시 집회신고가 없었고, 위력으로 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했다며 박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대표에 대해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박 대표가) 휠체어를 탄 채 버스를 타려 하고, 버스 앞에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이야기한 행동은 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인권 활동가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이었다”며 “이 행동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 집회, 시위라고 봐야하고,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박 대표 탄원서 연서명에 2만4789명, 자필 탄원서 제출에 195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대표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이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를 남용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어떤 명분 내세워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번 재판을 마치면서 시민에게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집회 방식을 제고해달라고 했지만, 피고인은 전장연 회원들을 이끌고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점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점은 유리한 요소로 봤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와 관련해서도 “‘지하철 시위 그만하라’는 재판부 말 안 들었다고 유죄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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