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한 방송사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민사회에서는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마저 뒤집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시티에스기독교티비(이하 시티에스)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시티에스는 2020년 7월 차별금지법 도입에 반대하는 종교계 명망가 등을 초청해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대담에서 출연자들은 “동성애는 쾌락에서 온 것” “동성애를 하면 마음 속에 상당히 큰 갈등과 고민 속에 살고 모든 생활이 피폐해진다”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다” 등의 차별적 발언을 했고, 이는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방통위는 그해 12월 시티에스가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주의 조치를 내렸다. “사회적 쟁점 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해당하는 차별금지법안 및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출연자를 편향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시티에스 쪽의 손을 들어주며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의 내용이 타인의 구체적인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 ‘공공복리’에 반한다는 점을 이유로 규제하는 경우, 그 심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국가의 개입보다 시청자 일반과 시민사회의 비판 및 견제를 통한 ‘자율적 규제’를 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해당 프로그램은 종교 전문 채널에서 동성애를 불허하는 특정 종교의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의 법률적·사회적 문제점에 관해 주장을 편 것으로, 종교의 자유의 보호 영역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를 규제할 때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장예정 차별금제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방송이 지녀야 할 공정성, 인권의 원칙이 무엇인지 보여준 방통위 제재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혔다”면서 “이번 법원 판결로 차별금지법 도입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셈”이라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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