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대 보건대학원 건물 강의실에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COVID-19(코로나19) 팬데믹 교훈’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코로나19 방역 사령탑’이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퇴임 후 첫 공개 강연에서 “감염병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미래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강조했다.
정 전 청장은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대학원 비케이(BK)연구단이 주관한 건강재난특강에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교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정 전 청장은 “(미래 감염병에 대한 준비는) 지금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다”며 “지난 3년을 다시 평가하고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 10월 전 세계적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는 등 바이오 안보 전략을 발표하며 향후 5년 동안 880억달러(약 118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처럼 말했다.
이날 강연은 정 전 청장이 과거 국내 신종 감염병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취한 전략을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과 앞으로 대비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 전 청장은 “제가 느꼈던 점은 너무 단기적 대응에 집중됐고 장기적 전략이 부족했다. (각종 방역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는 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기대응전략과 분야별 계획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이나 교육‧돌봄 등 각 분야별로 필요한 법 제도화나 관련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30여분간의 강연을 마무리하며 “구체적 인력 투입 계획, 예산 투입 계획 등 로드맵이 나와야 계획이 이행된다”며 “공공과 민간, 코로나19를 대응했던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분야별 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연이 끝난 뒤엔 보건대학원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 전 청장은 위기 소통에서 가장 어려웠던 분야는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신종 감염병에 대해 새롭게 도입한 백신에 대해 어떻게 이상반응을 감시하고, 인과관계를 역학적으로 판단하고, 광범위하게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소통 방법을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 전 청장은 2020년 청으로 승격된 질병청의 초대 청장을 역임한 뒤 지난 5월 퇴임했다. 그는 지난 10월 정부의 취업 승인을 받은 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병정책연구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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