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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덕성여대에서 멈춘 휠체어 “장애인도, 청소노동자도 차별하는 대학”

등록 2022-10-26 18:20수정 2022-10-27 02:45

덕성여대, 지난해 장애인의무고용률 0.61%
“의무고용·생활임금 보장은 당연한 권리”
“총장은 청소노동자 혐오를 부추기지 말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회원,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장애인 고용률 최악, 덕성여대 규탄 및 청소노동자 투쟁 지지를 위한 1석2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회원,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장애인 고용률 최악, 덕성여대 규탄 및 청소노동자 투쟁 지지를 위한 1석2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덕성여대 장애인 학생은 학교에 다니면서 한번도 총장실에 갈 수가 없겠네요. 이 또한 차별입니다.”

26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를 찾았다. 그의 휠체어가 대학본부 1층 계단 앞에서 멈췄다. 2층 김건희 총장실에 ‘장애인 의무고용 준수’ 등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으나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교직원 3명이 휠체어를 직접 들어 2층으로 옮겼다.

26일 오후 1시10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학본부 건물에 2층 총장실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교직원 3명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직접 들어 이동시키고 있다. 고병찬 기자
26일 오후 1시10분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대학본부 건물에 2층 총장실로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교직원 3명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직접 들어 이동시키고 있다. 고병찬 기자
전장연은 이날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낮은 장애인 고용률을 규탄하고 이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시급 인상 투쟁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덕성여대는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낮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서 장애인 노동자는 더욱 일하기 어렵고, 장애인 학생이 학습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소재 종합대학 장애인 의무고용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덕성여대 장애인 고용률(0.61%)은 서울 소재 종합대학 32곳 중 꼴찌를 기록했다. 상시근로자 982명 중 장애인은 단 6명이었다. 덕성여대를 포함해 장애인 고용률이 1%에도 못 미치는 대학으로는 한양대(0.78%), 홍익대(0.83%) 등 3곳이다. 서울 소재 종합대학 전체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02%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 따라 50명 이상 노동자를 상시 고용하는 사업주는 전체 노동자의 3.1%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26일 오후 1시16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덕성여대 관계자에게 ‘덕성여대 장애인의무고용 준수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26일 오후 1시16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덕성여대 관계자에게 ‘덕성여대 장애인의무고용 준수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박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덕성여대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청소노동자에 대해서도 지독하게 차별하고 있는 대학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는 것과 노동자에게 적절한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 보장의 문제이고, 이것을 공동으로 해결해나가겠다”고 했다. 덕성여대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시급 400원 인상 요구를 두고 일부 학생이 대학 쪽을 지지하며 ‘청소노동자 혐오’를 조장해 논란이 됐다. 연세대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바 있는데, 계약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대학이 아닌 청소노동자를 비난하는 풍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청소노동자 지지 집회에 참여했다는 재학생 박인희(19)씨는 “학교가 아니라 청소노동자를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일부 학생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을 통해 과대 대표된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조용하게 청소노동자 투쟁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학생 ㄱ(19)씨는 “‘노동자 아웃’ 같은 문구는 청소노동자 집단에 대한 혐오라고도 볼 수 있어 과했다고 본다”면서도 “실제로 시험 기간 공부하기 힘들 정도로 큰 소리로 시위하는 등 학생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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