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기록②: 생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 <한겨레>는 6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ㄱ(32)씨가 당시 겪었던 상황과 이후 심리 상담 과정 등에 대해 들었다. ㄱ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한 상담기록과 일지 등을 당사자 동의를 받아 차례로 옮겨 싣는다. 사고 당일인 29일 밤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인파에 휩쓸렸지만, 행인이 난간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출된 ㄱ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판정 받았다.
우리는 그날 화려한 분장을 했고, 내가 너에게 화장도 해주었지
너는 평생 이렇게 화려하고 짱짱한 피부 메이크업도 처음 받아본다고 했고
기왕 이렇게 화려하게 분장했으니 우리 파운틴이나 프로스트 가보자고. 클럽 가서 놀고 길거리에서 분장한 사람들이랑 사진 찍자고.
구경도 하고 이것저것 가벼이 술집도 들렀다가 프로스트 바로 앞까지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압박이 심해지는 걸 느꼈고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잃어버렸어
SNS에서 사람들이 밀어 밀어 소리치는 건지 뒤로 뒤로 소리지르는 건지 갑론을박이 있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분명히 뒤로뒤로였다고, 그래서 남자분들이 바로 다같이 등을 돌려 녹사평 방향으로 길을 틀고,
흐름이 한번 바뀌면서 우리는 반대로 나올 수 있었어
너를 다시 만나고 두시간여의 큰 참사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난 후, 나는 현장에서보다 집으로 돌아온 그 이후부터 고통이 심해지기 시작했어
뉴스로 참사의 심각성과 진실이 드러나면서 어쩐지 내 뇌가 같이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었거든
나는 적극적으로 상담을 찾아다니고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았지만 가족과 같이 사는 너는 엄마아빠가 걱정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그리고 오빠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이태원에 가지 않은 척하고 집으로 돌아갔지.
가족과 공유하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게 가족들과 뉴스를 보고 사담을 나누고 방으로 들어가 울고 목욕을 하며 혼자 풀고
괜히 운동을 나갔다 와보고 하는 너를 보며, 가슴에 응어리지는 것이 더 크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다
어떤 이들은 가족에게 무조건 공유해야 한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말해봤자 좋은 소리 나올 가족이 아니라면 그냥 말하지 않는 게 낫겟다 싶거든
심리학회 상담을 처음 받았을 때, 내게 처음 물으시던 게
바로 가족과 같이 사는지 혼자 사는지. 가족과 공유했는지였어.
간 사실을 공유하긴 했지만 내가 이렇게 죽기 직전으로 마음이 힘든 것은 공유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고,
그 상담사도 아무리 가족이어도 좋은 소리 들을 관계가 아니라면 공유 말고
가까이 연결된 친구 내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관계에 털어놓고 말로 풀어야 한다구
부모님은 세대가 다르니, 우리를 자식을 이해 못 할 수 있으니 공유 못 하는 마음은 원망하는 마음과는 다른 거다 라고.
그러니, 진실아 제발 전화상담이라도,
더 용기 내서 대면 심리치료 한번이라도 받아보고 와줘
힘들수록 혼자 고립된다는 말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너를 떠올리게 해서 지금 연락 안 되고 혼자 꽁꽁 숨어있는 네가 너무 걱정돼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그런데 왜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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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거주지 구마다 정신의학과 무료 상담치료 연계운영중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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