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의 한 장례식장으로 교복을 입은 중학생 80여명이 줄지어 들어갔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 ㄱ(15)양을 추모하는 발걸음이다. 중학교 3학년인 ㄱ양은 이번 참사 최연소 희생자다.
ㄱ양은 지난 29일 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어머니 ㄴ씨와 이모 ㄷ씨 그리고 이종사촌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모 ㄷ씨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빈소엔 모녀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학생들은 울음을 삼키며 빈소 앞에서 조문 순서를 기다렸다. 5명씩 조문을 마친 학생들의 손엔 유족이 쥐여준 음료수가 들려 있었다. 조문을 마친 아이들은 서로를 안고 다독이며 눈물을 훔치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한 학생은 ㄱ양에 대해 “평소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다”며 “이태원에 갔는지도 모르고 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아이와 엄마, 이모가 핼러윈 데이(행사)를 같이 갈 정도면 얼마나 단란했겠나. 단란함이 비극의 원인이 된, 이런 일도 다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아들, 딸 잃은 슬픔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로 학생 6명과 교사 3명이 숨지고 학생 5명이 다쳤다. 숨진 학생들은 중학생 1명, 고등학생 5명으로 모두 서울시교육청 관할 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생 부상자 5명은 모두 고등학생(서울 4명, 충남 1명)으로, 현재 2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나머지 3명(골절 등)은 귀가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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