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이태원 참사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실종자 가족과 지인들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딸이 살아있기만 바라던 아버지의 기대가 몇 시간 만에 무참히 꺾였다. 29일 밤 이태원에 간 딸과 연락이 끊긴 최아무개(61)씨는 30일 새벽 6시께 일찌감치 실종자 신고센터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아 딸 실종 신고를 하고 기다렸다. 오전 9시50분 “인상착의에 근거해 딸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찾았으니 병원에 와서 확인하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자 최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어젯밤 10시33분 딸한테 전화가 왔는데, 사람들 비명 지르는 시끄러운 소리만 나고 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싸움이 난 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지금 생각하니 딸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 것 같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한 지 두달 된 스물 넷이다. 친구들이랑 놀러 간다고만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이날 새벽 5시30분부터 한남동 실종자 신고센터엔 수백명이 실종 신고를 접수하려고 줄을 섰다. 새벽 5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다산콜센터와 인천상황실, 주민센터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접수된 실종 신고는 모두 3757건이다.
실종 신고를 하러 왔다가 최씨처럼 가족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가족들은 단말마 곡소리를 내며 쓰러지기도 했다. 한 부부는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고, 중년 여성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30일 오전 이태원 참사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접수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전화로도 실종자 신고 접수를 할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든 가족과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이 분실된 휴대전화를 사고 현장에서 습득해 보관중이라며 연락을 받거나 뉴스를 보고 새벽부터 달려와 이곳 지하 1층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 밤을 지새운 이들도 많았다.
코트디부아르에서 18년 전 한국에 이민 온 50대 필로멘 애비는 이날 낮 1시50분께 아들의 실종 신고를 하러 이곳을 찾았다. 그는 “아들이 이태원 클럽에서 일해서 보통 아침이면 집에 들어오는데 귀가하지 않아 걱정돼 왔다”며 “가족이라고는 우리 둘뿐인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떡하느냐”고 말하며 굵은 눈물을 떨궜다.
실종 신고 접수를 받고 있는 이건구 용산소방서 소방교는 “실종자 신원과 인상착의 등을 확인한 뒤 신고 내용을 합쳐 1시간마다 서울경찰청에 보내고 있다”며 “사상자 병원 이송은 모두 완료된 상태라 경찰이 신고 내용을 토대로 병원에서 신원을 확인하면, 실종자 가족에게 경찰에서 연락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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