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손경식 경총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공산주의 운운하며 강력한 반대 뜻을 밝혔다. 사회적 대화 기구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인다.

김 위원장은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손 회장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다”며 “현대 민법의 소유권 절대 원칙이 있고,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발언은 최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를 개정해 노조의 쟁의행위 관련 과도한 손해배상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제한하자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얘기를 손 회장과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자 손 회장도 “노조를 누를 수 있는, 노조가 무서워하는 게 바로 손해배상소송인데 그것까지 다 뺏어가 버리면 (회사 쪽은) 아무 힘이 없다. 그래서 그 문제는 잘 해야 한다. 민주당에서도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분이 있긴 하다”고 맞장구쳤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산주의 발언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는 게 공산주의 아니냐. 재산권이 없어지면 노동권도 없어진다. 북한에 노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그게 바로 공산주의가 우리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나치, 공산주의, 스탈린주의나 이런 것들이 우리한테 보여준 교훈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올바르게 우리 기자들이 제대로 잘 인식하고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김 위원장의 잇따른 극단적인 발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어서 향후 사회적 대화가 원만히 굴러가긴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김 위원장 발언은 기본적으로 가진 그의 신념과 철학이 지극히 색깔론에 기초하고 있다. 경총도 재산권 침해를 얘기하는데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이 소유권 박탈 운운하는 것은 그의 생각과 철학이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노동조합이 기업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닌데도, 노조법 개정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얘기하는 건 사회적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사노위 수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우 ‘노조법 제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변호사)은 “노조에 대한 손배소가 민사적 피해보전이 본래 목적이 아닌 노조 탄압 목적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손 회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노조법 제3조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