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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쟁 없는 학교스포츠클럽, 경쟁 없어서 좋은 걸까?

등록 2022-09-29 07:00수정 2022-11-11 07:32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④‘경쟁’ 없는 체육의 딜레마
2017년 부산 수영구 광남초등학교에서 남녀 혼성 축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부산 수영구 광남초등학교에서 남녀 혼성 축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운동회의 첫째 종목은 개인 달리기였어요. 뛰기 직전 ‘빵’하는 소리를 기다리며 심장이 두근두근하던 그때가 생각나요.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말입니다. (아들아) 넌 어땠을까? 손등의 도장도, 상 딱 찍힌 공책도 없는 2022년 초등학교 운동회 현장. 그때 우리는 그랬었지 하며 엄마들과 얘기하며 즐겁게 구경했답니다.”(한 학부모의 블로그 글)

1~3위 순위도 없고, 상도 없는 요즘 운동회처럼 학생 체육 활동의 주요 영역인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도 경쟁을 극도로 배제한 채 이뤄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의 최고 무대인 전국대회에서는 조별 리그전만 치른다. 순위는 없고 참가자 전원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끝난다. 정부 교육과정의 체육 목표로 ‘건강·도전·경쟁·표현·안전’이 명시돼 있지만 경쟁은 배제돼 있어 모순적이다. 이런 까닭에 초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더 진화하기 위해 ‘경쟁’ 요소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와 현장에서 나온다.

2007~08년 교육부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는 초·중·고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국가 사업이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종목의 동아리(클럽)를 구성하고, 교사가 지도하며, 교장은 법에 따라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체육 시간과 별개로 이뤄지는 방과 후 활동인 학교스포츠클럽의 참가자들은 학교, 지역, 도, 전국대회로 이어지는 토너먼트를 통해 초기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일인일기’의 정책 목표도 구체화했고, 평생 스포츠를 위한 체험 효과도 컸다. 숨어 있던 재능을 발견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한길만 파는 학교 운동부의 구성이나 토대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부하면서 운동하는 가운데 재능있는 아이가 승강제나 급수별 대회를 통해 전문 선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겸 중경고 교장은 “2016~17년께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 배구 우승팀과 학년을 조금 낮춘 학교 운동부 팀과 시범 대결을 하도록 한 적이 있다. 클럽팀이 막판 체력 부족으로 졌지만 경기 내용은 팽팽하게 이뤄져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가기 바쁜 아이들을 불러 모아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안겨주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2020~21년 코로나19 팬더믹과 별개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먼저 종목의 형식화가 눈에 띈다. 10월 대면 방식으로 재개될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 일정에서도 생활스포츠와 직결된 전통 종목은 축구·농구·배구·탁구·배드민턴 등으로 제한돼 있고 나머지는 넷볼·플라잉디스크·플로어볼·킨볼·치어리딩·티볼 등 뉴 스포츠 종목이 주류다. 박정준 인천대 교수는 “초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 학생, 학교 간 경쟁이 너무 심하다 보니 참여와 도전 자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런데 이것도 극단화됐다. 이제는 양 극단의 중간지대로 가야 하고, 스포츠 본질인 경쟁 요소를 적용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운영 방식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 스포츠 종목의 활성화가 빚는 명암도 있다. 임성철 운산고 체육 교사는 “축구는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가 구분되지만 뉴 스포츠는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참여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다. 여학생 접근율도 좋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식 관동대 교수는 “대부분 뉴 스포츠가 외국에서 왔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전국대회를 뉴 스포츠로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정현우 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원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성인이 돼서 즐기는 생활스포츠의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성인들이 뉴 스포츠를 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에서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중학교 이상에서는 올림픽 종목들을 접할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는 틈만 나면 기초 종목 육성을 강조하지만, 최대 23개에 이르는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 종목에서 수영이나 육상, 체조 등은 빠져 있다. 달리기의 경우 특별히 장비나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또 대회라는 말도 빠지고 축제나 축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물론 현장에서는 다양한 해법이 나오고 있다. 전라남도 교육청의 경우 올해 교육감배(도 대회) 학생스포츠문화축제에 유도, 씨름 등 격투기와 볼링 등을 추가했다. 양기열 전남도 교육청 체육건강과장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종목이든 좀 더 수준 높은 전문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대한체육회도 올해 유소년스포츠 기반사업(40억원)을 시작했고, 기존의 유·청소년클럽리그(아이리그), 신나는 주말체육학교(200억원)를 통해 사회적 자원을 학교체육 활성화에 투입하고 있다. 프로배구연맹 등 프로 단체에서도 은퇴 선수를 파견해 아이들에게 교습 기회를 제공하는 등 노력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박종률 한국스포츠교육학회 회장은 “스포츠에서 경쟁은 본질적인 요소다. 특히 스포츠의 경쟁은 최선의 노력, 페어플레이, 배려, 존중 등 여러 도덕적 가치조차 직관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교육 측면에서 경쟁의 가치를 다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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