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과 상의를 탈의한 채 오토바이를 운전한 남성 모습. 이들은 최근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달 31일 상의를 벗은 남성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오토바이를 탄 채 서울 강남 일대를 질주하다 경찰에 최근 입건됐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구독자를 높이려는 의도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밝힌 혐의는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이다. 이들이 실제 처벌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노출 사건은 시대 변화에 따라 인식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처벌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형법의 공연음란죄와 경범죄 위반 혐의 적용을 두고 저울질하다, 결국 과다노출에 따른 경범죄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범죄처벌법은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에게 1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비키니 차림은 수영장 등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상의 탈의만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도 있다 보니 경찰도 법리 검토에 신중한 입장이다.
경범죄상 과다노출은 그동안 판단 기준이 바뀌어왔다. 1954년 제정된 경범죄처벌법에는 과다노출 처벌 규정이 없었다. 1963년 개정되며 ‘공중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신체의 전부를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게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생겼다. 이어 1973년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도 처벌하도록 개정됐고, 이 기준은 2012년까지 계속됐다. 불과 10년 전까지 ‘시스루’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모호한 과다노출 기준을 두고 위헌 시비가 붙기도 했다. 2015년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위해 상의 탈의한 남성이 과다노출 혐의로 경찰로부터 범칙금 5만원 통고처분을 받았다. 2013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 기준은 ‘여러 사람 눈에 뜨이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로 규정했다. 이 남성은 위헌소송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이같은 과다노출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가려야 할 곳’의 의미도 구체화하지 않았다.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은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는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과다노출 조항은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 노출’로 2017년 개정됐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다’라는 표현도 판단의 기준이 모호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변하다 보니 전문가들은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판단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과거 음란하다고 판단된 소설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다. 최근 논란이 된 노출 사건도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표출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 “명백하게 문란하다고 볼 여지가 없는 사건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시대상에 맞는 자유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이런 사건은 해석 여지가 분분할 텐데 그렇다고 경찰로선 그냥 두기엔 모든 비판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음란의 개념이나 한계, 과다노출 정의 등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대법원 판례가 나오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렇게 시대상에 맞는 판단 기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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