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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확진돼도 축축한 반지하로…“단기월세 250만원, 갈 데 없어요”

등록 2022-08-16 15:49수정 2022-08-19 15:58

침수된 반지하 나와 숙박업소 생활 중 확진
“퇴실 요청에 갈 곳은 악취 나는 반지하뿐”
숙박업소 대란에 갈 곳 못 구한 이재민도
이재민 대피소 확진자 15일 기준 11명
“환자들 격리할 수 있는 공간 마련해야”
침수 피해를 입은 최아무개(49)씨의 관악구 집. 일주일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씨 제공
침수 피해를 입은 최아무개(49)씨의 관악구 집. 일주일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씨 제공

지난 8일 폭우로 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반지하 집이 허리 높이까지 물에 잠기자 ㄱ(41)씨는 거센 수압을 뚫고 간신히 대문을 열어 대피했다. ㄱ씨는 집 인근 숙박업소에서 생활하며 집 복구 작업을 벌이던 중 지난 13일 코로나에 확진됐다.

모텔에서는 확진된 ㄱ씨의 퇴실을 요청했고, ㄱ씨의 가족은 친척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ㄱ씨 혼자 격리할 공간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 결국 ㄱ씨는 아직 물기가 흥건하고, 악취까지 진동하는 지하방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확진으로 몸도 안 좋은데, 갈 곳이 없으니 악취가 진동하는 반지하로 돌아와 몸이라도 뉘일 수밖에 없었다. 주민센터에서도 격리할 공간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폭우 피해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수재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ㄱ씨처럼 코로나19에 확진돼도 물이 마르지 않은 집으로 돌아가고, 일주일이 넘도록 친척집이나 임시거주시설, 숙박업소를 전전하는 이재민들도 있다. 숙박업소 대란에 갈 곳을 찾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ㄱ씨는 이틀 뒤에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로 거처를 옮길 수 있었다. 지자체도 확진자 격리 숙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대피소에 있는 분들도 숙박업소 연결을 해드리고 있는데, 주변 숙박업소가 다 찬 상태라 순차적으로 연결해드리고 있다”며 “특히 확진자의 경우에는 영업을 이유로 숙박업소에서 받지 않는 곳이 많아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침수됐던 ㄱ(41)씨의 서울 관악구 신사동 집 풍경. 코로나19 확진으로 갈 곳이 없던 ㄱ씨는 집 안의 물을 뺀 뒤 가재도구만 정리해 이곳에서 이틀을 지냈다. ㄱ씨 제공.
침수됐던 ㄱ(41)씨의 서울 관악구 신사동 집 풍경. 코로나19 확진으로 갈 곳이 없던 ㄱ씨는 집 안의 물을 뺀 뒤 가재도구만 정리해 이곳에서 이틀을 지냈다. ㄱ씨 제공.

ㄱ씨는 “몸이 아픈데 악취가 진동하고 물기마저 그대로인 반지하에 이틀을 있으려니 정말 괴로웠다”며 “대피소 등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이 격리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생활치료센터라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5일 기준 11명이다.

대피소에 머물던 이재민들도 잇단 확진자가 나오자 숙박업소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수해가 발생한 지역 인근 숙박업소는 만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악구 신사동 주민센터에서 4인 가족이 지내는 최아무개(49)씨는 “집을 하루빨리 정리해서 다시 들어가야 하는데, 구청에서 연계한 숙박업소가 근처에는 없어 멀리 가야 된다고 하니 갈 수가 없다”며 “남은 주변 숙박업소는 허름한 여인숙이라 4인 가족이 잘 수가 없는데도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렸다”고 했다.

숙박업소 대란에 ‘부르는 게 값’인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2인 7만원의 숙박비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시 동작구 극동아파트 내 옹벽 붕괴로 한 달 동안 대피령이 내려진 김아무개(38)씨는 “동작구는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지도 않은 데다 아이도 있는 가족이 갈 만한 곳도 잘 없다”며 “단기 월세를 구하려고 했더니 6평(19.8㎡)짜리를 한 달에 250만원까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인 ㄴ(44)씨는 “지금은 친척 집에 있는데, 언제까지 있을 수 있겠나. 인근 모텔에서는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인 터라, 지자체 실비 정산에 필요한 영수증도 안 써주려고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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