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같은 병원엔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결국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응급 상황이나 중증 질환같이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뇌혈관질환 두개골 절개 수술(개두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150여명으로 추정되며, 그중 수술 경험이 많은 숙련된 전문의는 133명에 그친다. 그나마 이러한 전문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선 전문의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신현영(더불어민주당)·김미애(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는 “전국 85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병원엔 (100차례 이상 수술을 경험한) 숙련된 개두술 전문의가 133명밖에 되지 않는데, 병원당 2명이 안 된다”며 “그나마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지방의 전문가 부족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빅5’ 병원 중 한곳인 서울아산병원도 개두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2명이었다.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 발표 자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해마다 배출되는 신경외과 전문의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8~2022년 신규 배출된 신경외과 전문의 현황을 보면, 91명→85명→75명→87명→78명이다. 전문의가 된 뒤 뇌혈관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는 전임의(펠로)는 20% 안팎에 그친다. 2022년 신경외과 전공 전임의 현황을 보면, 1년차 뇌혈관 분야 전임의는 16명으로, 척추 분야를 선택한 30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날 대한뇌혈관외과학회는 의견서를 통해 “각 지방 중소병원에는 뇌혈관내수술을 하는 의사는 있으나 개두술 하는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고 의사를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매우 필수적인 치료지만 고난이도인 뇌혈관질환 개두술을 하는 의료진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뇌혈관 질환 환자에 대한 적정한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주요 권역별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하고 있는데, 운영지침(2022)에 따르면 이러한 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이상, 신경중재시술 전문의 1명 이상을 두도록 돼 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는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신경중재시술 전문의 1명이 1년 365일 당직을 서야 하는 구조”라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지침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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