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원내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2일 서울아산병원과 보건의료노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간호사 ㄱ씨는 지난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은 ㄱ씨를 원내 응급실로 옮기고 색전술(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하거나 종양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 등 응급 처치를 시행했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당시 병원에는 ㄱ씨를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었고, ㄱ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휴가를 간 상황으로 부재했다”며 “다양한 의학적 시도를 했지만 불가피하게 전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지부는 입장문을 내고 “국내 최대의 병원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전원이 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도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의사직 적정인력 확보와 합리적 운영 등을 요구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빅5’ 병원 가운데 하나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뇌졸중 의료서비스와 관련해 3차수 연속 1등급을 받았다. ㄱ씨의 사인인 뇌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돼 뇌압 상승과 뇌손상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뇌졸중의 일종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지부 입장문. 노조 제공
대한간호협회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당일 근무한 당직자의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서울대병원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중인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상급병원에서 이런 의료 환경이 있었다는 게 보건 책임자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해당 사건을) 알고 있다”며 “(진상조사 후) 의원님께 별도 보고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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