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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내 윤희근 청장 후보 불가론 확산…취임도 전에 ‘리더십 붕괴’

등록 2022-07-25 20:06수정 2022-07-26 02:44

경찰 내부서 “윤 청장 후보자 비토해야” 목소리
윤 후보자 “총경회의 유사 모임 금지” 차단 나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추진에 항의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을 받고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경찰 내부 분위기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 일부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에 대한 비토(거부권) 여론까지 일고 있어 밖에선 행안부 장관에 휘둘리고 경찰 내부에서도 외면받는 ‘식물 청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25일 저녁 윤 후보자는 경찰 내부 서한문에서 “각자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경찰의 움직임이 국민들이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유사한 모임을 금한다. 이를 위반하고 모임이 강행될 경우 엄정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양지해달라”고 밝혔다.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 대한 대기발령 및 감찰에 반발해, 오는 30일 서장들의 지휘를 받는 경감·경위급들이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나서자 서둘러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자는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서장 회의=12·12 쿠데타’ 발언에 대해 “지역 치안 책임자로서 막중한 역할을 하는 총경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을 엄중하게 보는 의미의 표현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쿠데타 같은 거친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이 장관이 경찰서장들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류 총경에 대해서도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재차 확인하며 징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 후보자는 “경찰국 신설 등이 내일이면 국무회의를 통과한다. 국가 정책이 결정돼 시행을 앞뒀으면 논란보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시행되는지 보는 것이 경찰관의 본분이다. 지휘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며 잇단 내부 반발에도 경찰국 신설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앞으로 시·도경찰청 또는 경찰서에서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자의 이런 태도에 경찰관들은 대체로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서장 회의에 직접 참석한 한 총경은 “윤 후보자가 지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취임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후보자가 청장으로서 버텨낼 힘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한 수도권의 한 총경은 “본청 차원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최소 수백명 직원을 데리고 있는 경찰서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논의했는데 돌아오는 게 징계라면 어떻게 경찰 수장인 청장을 따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물 청장’ 전망은 윤 후보자 내정 때부터 예고된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윤 후보자가 지명될 때 “조직 내에서 신망이 있지만, 행안부와 경찰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역풍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서울 일선 경찰서장도 “경찰이 통제를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닌데, 경찰국 반대 이유에 대해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았다. 류 총경을 대기발령 내면서 경찰 내부에서 청장을 불신하게 만든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회의 직후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징계를 내면서 특별히 경찰국 신설에 관심 없던 경찰들까지 흥분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대기발령과 감찰 착수 이후 전국 각지에서 경찰관은 물론 경찰 행정직 공무원, 전직 경찰관까지 기자회견과 서명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일파만파로 반발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찰직장협의회(직협)와 경찰 행정직으로 구성된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경찰청주무관노조 등은 이날 서울역 등 주요 고속철도(KTX) 역사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벌였다. 서울역 앞에서 직협 소속 경찰관 4명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다’‘경찰국 설치는 경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해친다’는 문구가 적힌 전단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10만 국민서명’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장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치안에 관한 규칙 개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시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협은 경찰청 앞에서 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 취소와 경찰국 철회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다. 울산과 부산 직협에서도 1인시위와 참석자 감찰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전직 경찰관의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세종지회도 경찰국 신설과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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