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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역아동센터 13년, 해마다 입사 원서 쓰지만 변함없는 사랑

등록 2022-07-16 09:30수정 2022-07-16 16:48

[한겨레S] 박수정의 오늘, 여성노동자
사회복지사 혜경씨
쉬는 시간 없던 복지교사 거쳐
행정업무 치이는 사회복지사로
건강 해치고 스트레스 심해도
아이들에 든든한 사람 되고파
한 지역아동센터의 활동 모습.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한 지역아동센터의 활동 모습.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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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해요. 그 아이들은 잘 지낼까. 파견 나가는 센터마다 좀 더 관심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애들이 있잖아요. 아동복지교사 첫해에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형제를 만났어요. 혼자 된 아버지는 일하느라 애들을 전혀 못 돌봤어요. 먹는 게 부실했고, 머리에 이가 있을 정도로 위생 상태도 안 좋았어요. 저학년인데도 입에 엄청 심한 욕을 달고 살았고, 공부도 아예 안 했죠. 내가 머리도 감겨주고, 구슬리고 다독여서 공부시켰어요. 조금씩 따라주더라고요. 그해 마치고는 못 봤어요. 아동복지교사는 1년 계약직이니까요. 지난해 우연히 소식을 들었는데 잘 자랐고, 지금 군대에 있대요. 궁금했는데 다행이에요.”

10년째 ‘1년 계약직’, 아동복지교사

혜경(가명)씨는 지역아동센터에서 13년째 일한다. 거쳐온 역할이 다양하다. 처음에는 하루 7시간 계약직으로 사무·행정업무를 보조했다. 집에서 가까운 게 이점이었다. 두 돌, 세 돌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했다. 아동센터에는 센터장, 사회복지사, 돌봄교사처럼 상주 인력이 있었고, 주 몇회씩 방문해 교과목 학습과 예체능 수업을 진행하는 아동복지교사가 있었다.

“낮에 5시간만 왔다 가니까 아동복지교사 선생님이 편해 보였어요. 수업만 하고 가면 되네 싶었죠. 그때 나는 애들이 어린데다 아버지도 병원 모시고 다녀야 해서 8시간 일한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모집 공고 기다렸다가 지원했는데 한번은 떨어지고, 이듬해부터 아동복지교사로 10년 일했어요.”

해마다 11월과 12월 사이에 뜨는 공고를 행여 놓칠까 수시로 살폈다. 해마다 새로 원서를 쓰고, 네댓명 면접관 앞에 섰다. 안 되면 어쩌나 해마다 마음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내년에 될지 안 될지 그 불안이 처음에는 무척 심했어요. 안 되면 바로 실업자가 되니까요.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은데 안 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하잖아요. 어떻게 운이 좋아서 이때까지 다녔던 거죠. 똑같은 일을 10년 해도 1년 계약직이라니…, 좀 심하죠? 1년마다 흔적을 싹 지우니까요. 10년을 해도 아무것도 표시가 안 나잖아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지역도 있지만, 서울은 지금도 1년 계약직이에요.”

서울시는 아동복지교사를 일괄 뽑아 무작위로 배치했는데, 지금은 구별로 뽑아 거주지 가까운 곳으로 배치한다. 혜경씨는 그간 10여군데 센터에서 주 5일 국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막상 해보니까, 선생님들이 쉽게 일한 게 아니었어요. 사무실에서 8시간 일하는 직업이라 치면, 커피 마실 시간도 있고, 틈틈이 좀 쉬는 시간도 있고, 준비하는 시간도 있잖아요. 그런데 아동복지교사는 그런 게 아예 없어요. 방문하는 센터에 가서 5시간을 꽉 채워 일하다 보면 8시간 노동력과 같은 셈이죠.”

믿기지 않겠지만, 쉬는 시간이 따로 없어 화장실에 못 가고 수업했단다. 잠시 쉴 틈이 나도 일하지 않는 교사로 비칠까 눈치 보느라, 교사들에겐 방광염이 흔하다. 오후 1시 출근이라 이른 점심을 먹고 가는데 5시간을 내리 말하며 수업하면 금방 허기가 졌다. 간식 시간에 교사에게 일절 아무것도 내주지 않는 센터도 더러 있단다. 요깃거릴 챙겨간들 먹을 시간도 장소도 어중되니,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한동안 위염과 십이지궤양, 식도염을 앓았다. 그런데도 혜경씨는 더 잘 가르치려고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중등수학지도사’ 과정을 공부했다.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주말마다 상담 수업을 들었다.

“근데 제가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이 일 하면서 애들 만나는 자체가 재미있고 애들하고 활동하는 자체가 좋았어요. 애들한테 가르쳐주는 게 보람 있었고요. 학습만 아니라 외부 활동이나 체험, 놀러 갈 때도 따라가고 다른 프로그램도 많이 도와주고 놀이터 나가서 애들이 하는 걸 다 같이 했어요. 그러면서 나한테 꿈이 생겼어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요.”

집에서도 일하는 사회복지사

혜경씨는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을 일찌감치 따 놓았다. 처음 일했던 곳 센터장이 사회복지사 하면 잘하겠다며 부추겼다. 그때는 가족을 돌봐야 해 사회복지사로 당장 일하지는 못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두 아이는 중고생이 되었고, 아프셨던 아버지는 이태 전 돌아가셨다. 오래 묵힌 자격증을 꺼냈다.

“아동복지교사 하면서는 사회복지사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분들 일하는 게 참 수월해 보였어요. 옆에서 볼 때는요. 사무실에서 거의 안 나왔거든요. 돌봄교사, 아동복지교사, 공익근무요원, 실습생,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을 돌보고요.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어요. ‘아니 왜 애들을 이렇게 안 봐? 왜 관리를 안 해?’ 근데 내가 사회복지사 일을 해보니까 이해가 돼요. 애들 볼 시간이 없어요.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서요. 물론 센터마다 다르긴 해요. 어떤 센터는 그래도 선생님들이 애들을 일일이 봐줘요. 우리 센터는 공간이 하나로 트였기도 하고, 실습생이나 자원봉사자가 없어서 당연히 우리가 애들을 봐요.”

오전 10시 출근해서 저녁 7시 퇴근하는데, 그 안에 사무·행정업무와 돌봄까지 다 하기는 무리다. 부지런 떨어도 일이 밀린다. 집에 오면 8시가 넘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혜경씨는 김 나는 음식 한가지 바로 만들어 아이들과 저녁을 먹는다. 설거지하고, 씻고 나면 밤 10시. 혜경씨는 노트북을 열어 센터 일을 했다. 밤 12시까지. 그래야 센터에서 아이들 얼굴 한번 더 보고 말 한 자락 더 건넬 시간이 생긴다.

“그렇게 1년 일했더니 안구건조증이 생겼어요. 눈이 너무 까끌까끌해요. 3년마다 하는 기관 평가가 사회복지사 1년차에 딱 걸려서 더 일이 많았어요. 기관 평가 준비는 어려워도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스트레스가 어마해 일년 동안 방광염이 다섯번 이상 걸렸어요. 일이 익숙해지니까 이제 조금 괜찮아졌어요. 힘들었던 만큼 새로운 걸 배우는 시기였어요. 사회복지사 1년을 겪어보니, 행정업무는 대폭 줄여야겠고, 현재 아동 29명당 사회복지사 1인이 배정되는데 아동 15명에 1명이어야 아이들에게 그나마 좋겠어요.”

임금도 그렇다. 서울은 사회복지사가 ‘단일임금제’를 적용받는데, 현재 혜경씨가 일하는 지역은 해당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에 구비와 시비 얼마가 추가될 뿐이다.

센터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혜경씨에게 다가가 학교 일을 재잘댄다. 혜경씨도 그런다. 왜 늦게 왔냐? 오늘은 학교에서 뭐 했니? 어제는 집에서 뭐 했어? 주말에는? 늘 묻는다. 말 걸고 귀 기울이는 혜경씨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고 해요. 그리고 화를 최대한 안 내려고 노력해요. 좋은 선생님, 착한 선생님, 잘 받아주는 선생님, 따뜻한 선생님, 그런 사회복지사이고 싶어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하려고요.”

르포 작가

<여자, 노동을 말하다>(2013) 저자. 여성노동자가 머물고 움직이는 장소, 일하는 시간에서 이야기를 찾아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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