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매장 서비스직은, 음식점이든 커피점이든 직원이 많이 필요한데 금방 들어왔다가도 금방 나가요. 직원보다는 피티(PT·파트타이머)로만 지원하죠.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로 생각하지 업으로 삼으려 하지 않아요. 받는 대우에 비해 신경 쓰고,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혼나는 일도 많아요. 직원은 그런 걸 견디면서 남아 있는 거죠. 이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기뻐하니까요.”
정희씨는 포장·배달 판매와 홀을 운영하는 샐러드 파스타 매장의 직원이다. 시간제근무자는 근무시간이 고정돼 있지만, 직원은 ‘스케줄 근무’에 따라 출근 요일과 시간이 주마다 바뀐다. 17살에 패스트푸드점 알바로 시작해 카페 매니저와 점장까지, 그간 식음료 매장 서비스직 경력이 20년. 정희씨는 이런 근무 방식이 익숙하다. 남들 쉬는 토요일이나 공휴일, 저녁 시간을 쉬지 못해 스케줄 근무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름 필요할 때 시간을 쓸 수 있어 자신은 괜찮다고 한다.
하루 근무는 휴식 1시간을 포함해 10시간. 지원할 땐 9시간이라 생각했는데, 1시간이 더 길었다.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서일 거라는데, 작업자가 느끼는 일의 강도와 하중은 산술적으로 더하기 1이 아닐 터, 근무 첫달에 몸무게가 3㎏ 줄었단다.
“배달이 진짜 계속 들어와요. 하나짜리 주문도 있지만 한번에 열개, 스무개씩도 주문하죠. 1만원 미만 음식으로 평일에 8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찍는다고 해봐요. 정신없죠. 생으로 먹는 채소, 쪄야 하는 채소, 삶아야 하는 재료, 모두 신선해야 하니까 중간에도 여러 차례 다듬고 씻고 삶고 찌고 자르고 안쳐요.”
정희씨는 주방에서 재료를 씻어서 조리하는 일 말고도 식자재를 발주하고 관리하며, 음식을 내고 고객을 응대한다. 배달을 내보내고 누락이나 사고, 불만을 전화로 접수해 해결한다. 포스 관리며 매장 청결 관리, 시간제근무자 교육과 업무 지시까지, 몰아치는 일을 다 처리한다.
“포크가 백몇개씩 들어오고, 무거운 접시가 설거지통에 한도 끝도 없이 쌓여요. 원래 홀 점검하고 정리하는 사람, 설거지하는 사람, 재료 채우는 사람, 음식 만드는 사람 등등 인원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직원도 피티도 계속 뛰어다녀야 해요. 본사에서는 최저시급보다 1천~2천원 높여 모집공고를 내는데 안 오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똑똑해요. 일을 구할 때 미리 매장에 가서 크기와 분위기도 보고, 일하려는 시간대에 손님이 얼마나 오는지도 봐요. 일이 힘들어서 전에도 그만둔 사람이 많았다는데, 내가 해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어요. 초보자는 정말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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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분명 힘든 일인데, 경력자인 정희씨는 일을 더 찾아 한다. 매장이 바쁘고 정신없을수록 ‘오늘 빨리 가서 이거 해놓고 싶다. 저거 정리해놓고 그거 치우고, 어디가 좀 더럽던데 손대볼까?’ 생각한다고.
“사실 난 식음료 매장 서비스 일이 재밌고 좋아요. 어려서부터 시작해 오래 했잖아요. 어느 매장을 가도 일이 쫙 꿰져요. 나한텐 이 일이 쉬운 거예요. 여기 처음 출근해서 한 일주일은 30분 먼저 출근했어요. 혼자 매장 곳곳을 좀 보았어요. 왜냐면 내가 정말 운이 좋아서 이 매장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인수인계 다 받으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중요하게 다뤄야 할 건 뭔지 누가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혼자라도 근무 들어가기 전에 창고에도 가 보고 뭐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 주방도 보고 그랬죠. 어디서 일하든 난 그랬으니까요.”
정희씨의 이런 노력으로 동료나 선임이 놓치는 일을 잡아주었다는데, 아뿔싸! 선의를 악의로 받는 사람이 있었다. “남한테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하는” 사람이 이곳에도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텃세 부리는 직원이었는데, ‘내가 아직 캐치하지 못한 건데 네가 왜 캐치하냐?’ 이런 거죠. 매번 비꼬고 빈정대는 말을 해요. 딴에는 스몰토크니, 아이스브레이킹이니, 농담이니, 가장하죠. 그 사람 때문에 그만둔 사람도 여럿이에요. 그 일을 겪고 나니 예전 일하던 곳 점장이 떠올랐어요. 정신적으로 사람을 괴롭혔죠. 어떻게 일을 해도 지적하고 비난했어요. 지적을 위한 지적요. 나는 버텼는데 동료들이 힘들어하고 자꾸 나가니까 나라도 동료들을 지키겠다고 본사에 문제를 제기했어요. 근데 막상 본사에서 조사 나오니까 동료들이 점장을 두둔해요. 내가 오버했다면서. 그때 상처가 컸죠. 서비스직 매장에선 사람들이 막 눈치를 봐요. 일을 봐야 하는데, 선임 성향을 먼저 보고 거기에 맞춰 일하는 거죠.”
정희씨가 일하는 곳은 본사 차원에서 회사 내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며 “언제든지 할 얘기 있으면 하세요”라고 했다는데, 이런 일만 보아도 정희씨에게 아직 현실은 ‘수직적’이다. 실제 회사가 관심 두는 것은 오늘 보고받을 매출이지, 매장 서비스 현장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인 직원들이 오늘 겪는 고충과 갈등이 아니다.
“식음료 매장 서비스직의 제일 문제는 사람이 계속 갈려 나간다는 거예요. 오래 일하지 못하고 나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교육도 매너리즘에 빠져요. 현장에서 성의를 다해서 한명 한명 교육해야 하는데, 내가 아무리 이 사람을 잘 가르쳐도 언제 나갈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리죠. 사람을 못 믿는다기보다, 이 상황을 못 믿는 거죠. 힘든 상황에서 버티는 사람이 몇 안 되니까요. 그래서 버텨주는 사람들이 고맙죠. 매장 내 청결이나 위생, 안전과 관련해서는 꼭 원칙을 지키지만, 다른 일로 일하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힘들게 해서는 안 돼요. 이 사람이 조금 느리다거나 더디다거나, 일을 열심히 하려다 실수하거나 이런 걸 비난하면 사실 오래 일할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보상도 보상이고, 감정적으로도 보듬어줘야 해요. ‘잘할 수 있다’고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는 계속 이 일을 해야 하잖아요.”
르포 작가
‘여자, 노동을 말하다’(2013) 저자. 여성노동자가 머물고 움직이는 장소, 일하는 시간에서 이야기를 찾아 들려드립니다.